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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만의 공포…불안감 키우는‘군중심리’잡아라

미국뉴스 | | 2022-05-18 10:23:24

인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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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행동경제학으로 본 인플레이션

 

확장적 재정정책·공급망 불안 등 영향

미 물가지수 두달연속 8%대 고공행진

1970년대 후반 오일쇼크 상황과 비슷

 

1979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폴 볼커

3년간 기준금리 20%대 인상 극약처방

정책 신뢰 회복하며 결국 인플레 해소

경제주체 비합리적 심리요인 완화해야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 공포로 떨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인플레이션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1% 미만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3.2%를 기록한 후 올해 4월에는 4.1%에 이르렀다. 한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최근 8%대까지 치솟았다. 40여 년 만에 최고치다.

40년 만의 공포…불안감 키우는‘군중심리’잡아라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세 가지다.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이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40여 년 전과 같이 세 가지 모두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첫째는 수요 견인(demand pull)이다. 총수요 증가가 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인플레이션은 소비·투자 등과 같은 민간 부문의 총수요 증가보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팽창 기조의 거시 정책을 폈기 때문에 발생했다. 즉 경기 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해 돈을 풀었고 정부는 재난지원금 등의 재정지출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비용 인상(cost push)으로 인한 총공급 축소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대부분 대외 변수가 원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 병목으로 촘촘했던 글로벌 공급 체계가 무너지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석유·가스·원자재·식량 등의 가격이 폭등해 생산 비용이 증가했다.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더 나쁘다. 국민소득은 줄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기대 인플레이션(inflation expectations)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가계·기업 등의 경제 주체들이 현재 주어진 정보를 가지고 주관적으로 전망하는 1년 후 인플레이션을 말한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경제 주체들의 임금 인상, 가격 결정, 투자 결정, 소비 시점 조정 등에 영향을 미쳐 결국 실제 인플레이션에도 역할을 하게 된다. 국내 기대 인플레이션은 2020년까지 2% 미만을 유지하다가 지난해 초부터 완만하게 상승하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말 이후 가파르게 올라 올해 4월에는 3.1%를 기록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숫자보다 추세가 중요하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승 추세라는 것은 좋지 않은 신호다. 기대 인플레이션은 앞으로 실제 인플레이션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자기실현적 예언의 속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위원회(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 관리와 고용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벤 버냉키 전 의장도 비슷한 말을 했다. 미국의 현 재무부 장관이자 전 연준 의장인 재닛 옐런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잘 통제해야 공급 충격으로 인한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열 전 한국은행 총재 역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기대 인플레이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시장에 확산되면 실제 물가를 더 높이 밀어올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경제 주체들의 부정적 기대 심리를 최대한 빨리 진정시켜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이 키다.

기대 인플레이션 통제를 위해서는 이를 자극하는 경제 주체들의 심리 요인부터 이해해야 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의 다양한 비합리적 심리가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첫째, 손실 회피 성향(loss aversion)이다. 사람들은 손실을 싫어하기 때문에 손실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가능하면 손실을 피하고 싶어한다. 반면 이익에 대해서는 손실만큼 민감하지 않다.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사람들은 상품 가격이 오르면 손실이 발생했다고 인식해 가격 인상을 체감하지만, 상품 가격이 하락하면 이익으로 인식해 가격이 거의 내려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사람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손실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높게 형성하게 된다. 

둘째, 준거점(reference point) 효과다. 물가가 올라도 임금이 함께 상승하면 사람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하지 않지만 임금이 함께 상승하지 못하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하게 된다. 그리고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임금이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 준거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이용 가능성 편향(availability bias)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에 남는 상품의 가격 변동을 떠올려 기대 인플레이션을 형성한다. 예를 들면, 자주 구매하거나 지출 비중이 높은 상품의 가격이 오르면 물가가 실제보다 더 많이 인상됐다고 생각해 기대 인플레이션을 더 높게 형성한다. 

넷째, 군중심리(herd behavior)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한 경제 주체들이 각자의 가격을 올리면 다른 경제 주체들도 따라서 기대 인플레이션을 높게 형성하고 자신들의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집단행동이 발생한다. 마치 전염과도 같다. 

다섯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생각을 지속적으로 정당화하려는 편향이다. 사람들은 일단 높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형성하면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따라서 사람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하락하기 쉽지 않고 오히려 더 상승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위와 같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경제 주체들의 비합리적 심리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핵심은 신뢰와 심리적 안정감의 회복,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다. 1970년대 후반에 발생했던 미국의 인플레이션(The Great Inflation)으로부터 구체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 초부터 소비자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1980년 상반기에는 무려 14.8%까지 치솟았다. 오일쇼크로 인한 생산 비용 상승,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연준의 팽창적 통화정책, 이로 인한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임금 인상 요구가 다시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순환(wage-price spiral)이 발생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발전했다. 그때 상황이 지금과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에 우리도 스태그플레이션에 봉착하게 될 확률이 높다. 당시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경제 주체들의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인플레이션 가속화와 스태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을 안정시키기 위해 1979년 취임 직후부터 3년 동안 기준금리를 최대 20%대 수준까지 인상하는 극단적인 통화 긴축 정책을 단행했다. 한동안 가혹한 경기 침체를 경험하기는 했으나 연준 정책에 대해 경제 주체들이 신뢰를 회복하고 심리적 안정감을 되찾으면서 연준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결국 인플레이션은 하락했고 스태그플레이션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때부터 선제적 통화정책과 인플레이션목표제(2%) 등처럼 경제 주체들의 기대 심리와 기대 인플레이션 형성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통화정책 체계가 구축됐다.

한편 앞서 언급한 옐런 장관은 물가 안정을 위해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연구하는 행동경제학으로부터 ‘인사이트’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책 당국은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결국 실제 인플레이션을 가파르게 상승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경제 주체들이 명확히 인지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이들과 적극적이고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언론도 경제 주체들의 심리적 불안과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자제해야 한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인플레이션도 예외일 수 없다.           <신임철 경영학 박사>

 

▲신임철 박사는-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예일대 경영대학원 MBA를 마쳤다. 현재 국내 최대 모빌리티 유통 플랫폼 기업인 아톤모빌리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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