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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의 세상읽기] 또 다른 팬데믹, 솔로 노년

미국뉴스 | 외부 칼럼 | 2021-08-27 08:40:27

권정희의 세상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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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근 1년반 (클럽활동을) 못하다가 7월 한달 잘 했는데, 델타변이 때문에 다시 문을 닫았어요.”

 

남가주 실비치의 은퇴 커뮤니티, 레저월드에 사는 한 선배가 전하는 말이다. 거의 1만명이 사는 대단지인 만큼 행사도 많고 클럽활동도 많은 데, 8월부터 다시 올 스톱이라는 것이다. “백신 안 맞고 있다가 코비드에 걸린 사람들이 있어서 관리사무소가 내린 결정”이라며 선배는 극우 공화당 주민들을 못마땅해 했다.

 

팬데믹으로 모두의 일상이 바뀌었지만 그중 타격이 큰 그룹은 홀로 사는 고령자들이다. 연방질병통제센터(CDC)는 지난해 3월 노년층에 칩거 명령을 내리면서 가능한 한 누구의 방문도 받지 말 것을 강조했다.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고령일수록 중증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이후 1년 여 노부모들은 자녀들이 찾아와도 집안에 들이지 않고 멀찍이서 얼굴이나 보고 가게하고, 성인자녀들은 장보러 가기도 불안한 노부모를 위해 장을 봐서는 문밖에 놓아두고 가는 것이 팬데믹 시대의 한 풍경이 되었다.

 

그런데 이 나마의 사람 온기도 없이 온전히 고립되었던 그룹이 있다. 무자식에 배우자 없이 혼자 사는 시니어들이다. 집밖 활동은 금지되고 친구들은 격리 중인데, 이따금 문 두드릴 자녀마저 없으니 1인가구 노인들에게 팬데믹은 이중의 고통이었다. 코비드 불안 그리고 심각한 고립감 - 더블 팬데믹이다.

 

베이비붐 세대가 고령으로 접어들면서 ‘홀로 노년’이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2차대전 종전 후 출산 붐을 타고 태어난 이들은 7,600만의 거대 인구여서 이 세대의 현상은 바로 그 시대 미국사회의 특징/추세로 인식되었다. 이들은 전후 부강한 미국에서 기회와 자유를 만끽한 세대, 전통적 결혼관에서 벗어나 원하는 때 원하는 사람과 결혼하거나 아예 안 한 세대, 피임 보편화로 자녀를 덜 낳거나 안 나은 세대, 툭하면 이혼한 세대 … 그 결과가 혈혈단신 노년이다. ‘홀로 노년을 사는 이들(Solo Agers)’이라는 새로운 그룹이 탄생했다.

 

‘Solo Agers’는 노년생활 전문가인 새라 제프 지버 박사가 자녀 없는 베이비부머를 지칭하는 말로 2010년 만들어냈다. 베이비부머 중 무자식 케이스는 20%. 이들 중 비혼/이혼/사별로 혼자 노년을 보내는 사람들을 말한다. 아울러 자녀가 있어도 멀리 살거나 사이가 소원해서 사실상 혼자인 시니어들도 포함된다.

 

60세 이상 연령층 중 이런저런 사유로 혼자 사는 케이스는 27%. 사회적 고립과 고독감에 시달리는 인구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솔로 노년’이 우울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의 독거노인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전문직에 종사하다 은퇴하고 재정적으로 안락한 상태에서 노년을 즐기는 베이비부머들이 많다. 일에 매여 못 했던 취미생활, 봉사활동을 마음껏 하며 재미있게 그리고 바람처럼 자유롭게 사는 60대 70대 솔로들이다.

 

문제는 지병으로 활동이 제한되거나 내성적이어서 친구가 없는 사람들. 고립감이 깊어지면서 건강문제가 생길 수 있다. 외로움은 매일 담배 15개비의 흡연, 정상보다 100파운드 초과하는 중증비만에 버금가게 수명을 단축한다고 한다.

 

혼자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외로움이다. 잘 지내다가도 어느 순간 외로움은 밀려든다. 앞의 선배는 대단히 긍정적이고 활동적인 분이다. 금실 좋았던 남편과 6년 전 사별했지만 워낙 친구가 많고 하는 일이 많아서 활력이 넘친다. 그럼에도 날이 저물고 집에 혼자 있을 때면 굉장히 외로워진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갑자기 쓰러져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는 상황.

 

혼자 살던 여성이 집안에서 넘어진 후 사망한 케이스가 수년 전 은퇴촌에서 실제로 있었다고 한다. 집 앞에 신문이 쌓이고 이상한 냄새가 나서 이웃이 경비실에 연락을 한 후에야 발견되었는데, 사망한 지 일주일이 넘은 상태였다고 한다.

 

노년의 건강비결은 ‘사람’이다. 사람들과 자주 즐겁게 어울려야 심신의 건강이 유지되도록 우리는 만들어졌다. 원시시대 맹수들 우글거리는 자연에서 체격도 체력도 보잘 것 없는 인간이 살 길은 함께 힘을 모으는 것이었다. 집단을 이루고 살면서 함께 사냥하고, 함께 나눠 먹고, 함께 망을 보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혼자’는 생명의 위협으로 직결되었다.

 

그 태곳적 기억이 유전자에 각인되어서 우리는 ‘혼자’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한다. ‘혼자’라는 느낌 즉 외로움은 스트레스 호르몬, 코티졸 분비로 이어지고, 코티졸 만성 분비는 면역력 저하,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위험 증가로 이어진다. 아울러 치매 위험을 높이고, 과도한 흡연이나 음주 등 나쁜 습관을 부추기기도 한다.

 

‘솔로 노년’을 사는 지혜는 건강할 때 열심히 친구들을 사귀어서 탄탄한 교유의 망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앉아서 기다려서는 얻어지지 않는다. 먼저 다가가는 자세, 먼저 베푸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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