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비 4배에 운항 중단
동남아서 전격 하선 통보
탑승객들 “갈 곳도 없다”

평생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크루즈선에서 살아가겠다는 꿈을 안고 수십만 달러를 투자한 사람들이 갑작스러운 운항 중단으로 캄보디아에 발이 묶이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이란 전쟁으로 선박 연료비가 급등하면서 크루즈 운영사가 더 이상 운항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세계일주 크루즈선 ‘빌라 비 오디세이’를 운영하는 빌라 비 레지던스는 지난 27일 운항을 전격 중단하고 탑승객들에게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항구에서 하선하도록 통보했다. 이 크루즈선은 객실을 장기 임대하거나 아예 구입해 배에서 생활하면서 세계 각국을 여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일종의 ‘바다 위 주거단지’다. 최대 650명을 수용할 수 있으며, 내부 객실은 12만 달러, 고급 빌라 스위트는 44만 달러에 판매됐다.
문제는 지난 2월 말 시작된 이란 전쟁의 여파로 연료비가 폭등하면서 발생했다. 운영사에 따르면 객실당 월평균 1,800 달러 수준이던 연료비가 최근 아시아 일부 지역에서는 6,000~8,000 달러까지 치솟았다. 최대 4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운영사는 연료 소비를 줄이기 위해 운항 속도를 낮추고 항구 체류 기간을 늘렸지만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다. 결국 승객들을 하선시키고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하선 통보가 너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아내와 함께 크루즈선에서 생활하던 랜디 캐싱햄에 따르면 운영사 측은 이날 오전 7시 직후 승객들에게 오후 2시까지 배에서 내리라고 통보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사실상 집을 비워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일부 승객들은 크루즈선에서 평생 살겠다는 계획으로 미국이나 호주 등에 있던 집까지 팔고 배에 올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탑승객 러스 보먼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주민들이 이제 갈 곳조차 없게 됐다며, 이 배가 그들에게는 집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운영사는 앞으로 60일 동안 사업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 유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확정된 자금 조달 계획은 없는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