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발 수요 폭증
일반 산업용 칩까지 품귀
기업들 공급 확보‘비상’
관세·에너지‘삼중 압박’
![엔비디아의 GB10 그레이스 블랙웰 수퍼칩의 모습 [로이터]](/image/fit/297456.webp)
인공지능(AI) 열풍이 주식시장과 기업투자를 넘어 미국의 물가까지 끌어올리는 새로운 ‘인플레이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첨단 반도체와 메모리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급 부족이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일반 반도체 시장으로 확산될 경우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연방준비제도(FRB)에서 나왔다.
특히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에 AI발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칠 경우 물가 압력이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되면서 연준의 금리 정책에도 새로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6일 공개된 인터뷰에서 AI 수요 급증에 따른 반도체 공급 부족 가능성을 최근 미국 경제의 새로운 물가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데일리 총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연은 관할지역의 일부 기업들은 이미 AI 붐으로 인한 반도체 공급 압박에 대비하고 있다. 실리콘밸리를 포함한 연방준비제도 제12지구 기업들 가운데 일부는 향후 반도체 부족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품 계획과 공급망 전략까지 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AI용 반도체 부족이 데이터센터 안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AI 데이터센터에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막대한 양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생산업체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관련 반도체 생산에 설비와 자본을 집중하면서 다른 산업에서 사용하는 반도체의 공급까지 압박할 경우 자동차와 가전 등 광범위한 소비재 가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데일리 총재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반도체 시장 전반의 공급 제약으로 이어질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험했던 것과 유사한 공급망 병목 현상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당시 반도체 부족으로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서 신차와 중고차 가격이 급등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Axios
이는 그동안 AI가 미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와는 다소 상반된다. AI가 기업의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인건비와 각종 비용을 낮추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촉진하면서도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실제 데일리 총재 역시 지난 2월 AI가 생산성을 높여 물가 안정에 기여할 가능성을 강조하면서도, AI 기술을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상품과 서비스, 노동력에 대한 수요를 먼저 끌어올려 물가 압력을 높일 가능성도 함께 지적한 바 있다.
최근 연준 내부 연구에서도 AI에 대한 낙관론과 이에 따른 선제적인 투자가 실제 생산성 향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에 수요를 자극해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즉 장기적으로 AI가 생산성을 높여 ‘디플레이션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건설인력 등에 막대한 투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단기적으로는 정반대의 인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반도체 시장에서는 AI발 공급 압박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자 일부 고객들은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장기 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연준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AI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 경제가 이미 관세와 에너지 가격이라는 다른 인플레이션 요인에 동시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 총재는 AI 관련 공급 제약과 함께 관세와 에너지 비용을 현재 연준이 주시하는 주요 물가 변수로 꼽았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그는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체 인플레이션을 움직이는 핵심 요인은 아니며 당시에는 관세와 유가 등이 훨씬 중요한 물가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AI 수요로 인한 반도체 공급 압박까지 새로운 위험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세에 따른 수입품 가격 상승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에너지 비용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공급난이 자동차·가전 등으로 번진다면 각각의 충격이 사라지지 않고 서로 겹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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