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시간 초과 시 초과수당
AI·로봇 도입 생산성 향상
근로시간 줄이고 임금 유지
노조 지지·기업 부담 우려
주당 표준 근로시간을 현행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줄이는 이른바 ‘주 32시간 근무제’ 법안이 연방 의회에서 다시 추진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로 노동생산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생산성 향상의 혜택을 근로자들에게도 돌려 근무시간을 줄이자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23일 월스트릿저널(WSJ) 등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연방 상원의원과 마크 타카노 하원의원은 ‘주 32시간 근무법’을 최근 발의했다. 이 법안은 연방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개정해 근로자의 초과근무 기준을 현행 주 40시간에서 최종적으로 3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시행 후 첫해에는 주 38시간, 2년 차에는 36시간, 3년 차에는 34시간을 초과하면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도록 한 뒤 이후부터 32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시행 준비기간도 법안 발효 후 최소 180일을 두도록 했다.
최종적으로 32시간을 넘겨 근무하면 정규 임금의 1.5배에 해당하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고,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을 넘을 경우에도 초과수당을 적용한다. 하루 12시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2배의 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법안이 과거와 다른 점은 AI와 자동화가 핵심 논거로 전면에 등장했다는 것이다.
샌더스 의원과 타카노 의원은 AI, 로봇, 자동화 등으로 생산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만큼 그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을 기업과 고소득층에만 집중시키지 말고 근로자에게도 근무시간 단축과 임금·복리후생 유지라는 형태로 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타카노 의원 측은 1979년 이후 노동생산성이 93.2% 증가한 반면 임금은 33.7%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제시했다.
특히 AI가 앞으로 사무직을 비롯한 다양한 직종의 업무량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경우 “같은 생산량을 더 적은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다면 왜 근로시간은 90년 가까이 크게 변하지 않았느냐”는 논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근로자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근무시간이 20% 줄어들면 급여도 20%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점이다.
법안에는 새로운 초과근무 규정의 적용을 받게 됐다는 이유만으로 고용주가 근로자의 주간 총 임금 수준이나 기존 복리후생을 줄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시간당 25달러를 받고 주 40시간 일해 주급 1,000달러를 받는 근로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32시간으로 근무시간이 줄더라도 법안의 임금보호 조항이 적용되는 경우 기존 주급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 취지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근무시간 20% 단축’ 자체보다 근무시간을 줄이면서 주급과 복리후생은 유지하고, 32시간을 넘어서는 근무에는 초과수당을 지급하는 구조에 있다.
실제로 법안 재추진 이후 일부 중소기업 업주들은 비용 증가와 가격 인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이사업체 운영자는 직원들의 임금을 유지하면서 근무시간이 줄어들 경우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 4일·32시간 근무제가 실제 기업의 생산성을 반드시 떨어뜨리는 것은 아니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5년 국제 학술지 ‘Nature Human Behaviour’에 발표된 연구는 4일 근무제를 도입한 조직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실험한 결과 근로자들의 웰빙이 개선됐다고 보고했다. 연구는 임금 삭감 없이 근무시간을 줄이고 업무방식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캐나다 등을 대상으로 한 장기 파일럿에서도 근로자의 번아웃 감소와 업무수행 능력 개선, 이직률 감소 등이 보고됐다.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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