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대출 펀드런 공포
AI발 데이터센터 과잉투자 논란에
SW기업서만 1200억달러 부실 우려
글로벌 위1 운용사 펀드마저 흔들

상당수의 월가 전문가들이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조차 투자자의 펀드 환매 요청을 피해가지 못한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전 세계 자금 상황에 가장 밝은 보험사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와 부실 징후에 가장 민감한 고액 자산가가 등을 돌렸다는 점에서 지난번 신생 운용사인 블루아울 환매보다 여파가 크다는 평가다.
현재 1조8,000억달러에 달하는 사모대출펀드 시장에서 펀드런(대규모 펀드 환매)이 발생하면 주요 투자자인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고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자금 조달길이 막히는 시스템 리스크까지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3일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블랙스톤 환매 사태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보고서를 통해 “올해 블랙스톤 펀드에서 14.5%의 자금이 유출되면 수수료 수익은 1% 감소할 것”이라며 “이 경우 환매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더라도 투자자들은 부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도 “사모대출펀드 ‘BCRED’는 블랙스톤의 대표 상품인데 자산의 7.9%에 달하는 환매 요청 규모는 지난해 3분기 1.8%, 4분기 4.5%에 비해 상당히 늘어난 것”이라며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아레스매니지먼트·블루아울캐피털 같은 주요 사모펀드 운용사들의 유사 상품들에 대해서도 지난해 4분기에 환매 요청이 전반적으로 증가했기에 투자심리 악화 신호는 블랙스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짚었다.
사모대출펀드는 금융위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이 대출 장벽을 높이면서 그 대안으로 급성장한 시장이다. 그러다 지난해 9~10월 자동차 부품 대기업 퍼스트브랜즈와 비우량 자동차 담보대출 업체 트라이컬러·프리마렌드가 잇따라 파산 신청을 하면서 과잉 신용 누적 문제가 고개를 들었다.
당시 큰 손실을 입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는 “바퀴벌레가 한 마리 나타났다면 아마도 더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앤드루 베일리 영국중앙은행(BOE)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사모대출펀드의 주요 투자자는 보험사와 연기금 등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기관투자가와 패밀리오피스 등 고액 자산가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상대적으로 보수적 금융권인 미국 보험사들조차 전체 채권 투자액의 약 18%를 사모대출과 같은 비유동성 채권으로 채웠다.
보험사들은 지난해 상반기에도 전체 매입 채권에서 비유동 자산을 약 23% 사들였다. 로이터통신은 “블랙스톤 BCRED는 25명 이상의 고위직들이 투자한 펀드”라며 “블랙스톤의 운용 자산 1조2,700억달러 가운데 약 24%가 부유한 개인의 것”이라고 진단했다.
올 들어서는 사모대출 부실 우려가 인공지능(AI)의 도전과 결합되며 또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올 1월 12일 앤스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출시가 사모대출 시장의 불쏘시개가 됐다. 클로드 코워크 같은 에이전트(비서형) AI가 웬만한 서비스 업종을 모두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급부상하면서 사모대출의 주요 투자 업종인 소프트웨어(SW) 관련주의 주가가 연일 고꾸라졌다.
지난달 19일에는 사모대출에 강점을 가진 대형 사모펀드 블루아울캐피털이 환매와 부채 상환 자금 마련을 위해 운용 펀드 3개에서 총 14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UBS는 최근 사모펀드가 소유한 SW·데이터 서비스 기업들이 AI의 위협으로 올해 안에 레버리지론(부채 비중이 높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에 제공되는 대출)이나 사모대출에서만 750억~1,200억달러 규모의 부실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경제=윤경환 특파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