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극사실의 비밀, 카메라 옵스큐라

미국뉴스 | | 2025-08-06 09:29:01

휴·미·락, 극사실의 비밀, 카메라 옵스큐라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休·味·樂(휴·미·락)

 

17세기 네덜란드 황금시대의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는 미술사에서 가장 신비에 싸인 인물 중 하나다. 고향인 델프트에서 활동하며 고요한 분위기의 장르 회화로 지역 사회에서 어느 정도 명성을 얻었지만, 남긴 작품 수가 40점 남짓에 불과했고 그중 상당수는 다른 화가의 작품으로 오인되거나 무기명으로 방치되면서 사후 수백 년 동안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페르메이르는 19세기 말, 프랑스 언론인 테오필 토레에 의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레이스를 뜨는 여성'을 처음 본 테오필 토레는 그 정교한 원근법과 섬세한 빛의 묘사에 깊이 감명받아, 평생에 걸쳐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수집하고 세상에 알리는 데 헌신했다. 그 결과, 페르메이르는 ‘빛의 화가', ‘네덜란드 황금기의 진주'로 재평가되었고, 오늘날에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널리 알려져 전시회마다 세계적 흥행을 이끄는 거장으로 자리매김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은 회화라기보다는 사진처럼 느껴질 만큼 정밀하고 사실적이다. 사실 19세기부터 미술사학자들 사이에서는 얀 반 에이크, 한스 홀바인, 벨라스케스 등 르네상스 이후 화가들이 카메라 옵스큐라나 렌즈 같은 광학 장치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01년, 영국의 현대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와 물리학자 찰스 팔코는 공저 ‘비밀의 지식(Secret Knowledge)'을 통해 이 오랜 논의에 다시 불을 지폈다. 두 사람은 15세기 이후 서양 회화에서 사실주의적 표현이 눈에 띄게 정교해진 배경에는 렌즈, 거울,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와 같은 광학 장치 사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메라 옵스큐라는 ‘어두운 방'이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고대 광학 기구로, 외부의 빛이 작은 구멍이나 렌즈를 통해 들어오면 반대편 벽에 상이 뒤집힌 채로 투사된다. 호크니는 페르메이르를 포함한 일부 화가들이 이 투사된 이미지를 트레이싱(tracing, 윤곽을 따라 그리기)함으로써, 이처럼 고도의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보았다.

 

‘레이스를 뜨는 여성'은 페르메이르가 그린 가장 작은 크기의 작품이자 그의 사실주의적 기법이 극대화된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화면에는 젊은 여성이 테이블에 앉아 레이스를 짜고 있는 모습이 클로즈업된 구도로 묘사되어 있다. 인물의 손끝과 실은 선명하게, 주변부(배경, 테이블, 인물의 일부)는 살짝 흐릿하게 처리되어 있어 마치 렌즈로 찍은 사진처럼 보인다. 이는 인간의 눈보다 카메라 렌즈의 시각에 가까운 효과이다.

 

호크니 분석이 맞다면, 페르메이르는 천재가 아니라 단순히 광학 장비에 의존해 그림을 베낀 기술자에 불과했던 것일까. 전통적으로, 예술가의 위대함은 ‘직접 손으로 그리는 능력'에 의해 평가되었기 때문에, 호크니의 이론은 “결국 베꼈다는 것이냐”라는 오해를 일으키며 미술계 안팎에서 적지 않은 반발과 비판을 불러왔다.

 

사실 페르메이르가 정말 광학 장치를 사용했는지에 대해선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호크니의 주장에 대해 일부 미술사학자들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다. 페르메이르의 작업실에서 광학 장치가 사용되었다는 직접적 증거가 부족하며, 당대 렌즈 기술이나 광량으로는 회화에 실질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본다. 대신 그의 정밀한 사실주의는 정통 원근법, 탁월한 관찰력, 색채와 구도에 대한 감각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해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르메이르가 렌즈 제작자 안토니 반 레벤후크와 이웃하며 교류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광학 기술로부터 일정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게다가 ‘레이스를 뜨는 여성’을 비롯한 일부 작품에서 중심부는 또렷하고 주변부는 희미한 ‘심도 효과’, 진주와 유리잔의 비현실적으로 정밀한 빛 반사, 광학 장비에서 생기는 왜곡 현상 등이 포착된다. 이런 것들은 페르메이르가 카메라 옵스큐라와 같은 장치를 직접 활용했다는 근거로 볼 수 있다.

 

<김선지 작가 >

댓글 0개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한국서 미국 입국할때 에볼라 확인서 의무화
한국서 미국 입국할때 에볼라 확인서 의무화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오는 11월3일부터 미국행 국제선 항공편에 탑승하는 모든 승객에게 출발 전 21일 동안 콩고민주공화국(DRC)에 체류하지 않았다는 확인서 제출을 의

직장 건강보험료 ‘폭탄’… 직원 부담 연 7,500달러
직장 건강보험료 ‘폭탄’… 직원 부담 연 7,500달러

가족 보험료는 연평균 2만8,000달러 돌파직원 부담액 9%↑·기업들 비용 전가 가속보험료·디덕터블 매년 올라 근로자‘이중고’ 미국에서 의료비와 건강보험료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기

에어비앤비 주인, 손님에 설거지·쓰레기 배출 못 시킨다
에어비앤비 주인, 손님에 설거지·쓰레기 배출 못 시킨다

11월 20일 이후 예약부터 적용…숙소 자체 벌금 부과도 금지  세계 최대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숙소 주인의 설거지, 침구 정리 등 '지나친' 뒷정리 요구를 금지한다고 2

죽음 문턱 돌아온 사형수에 무슨 일이…정맥 못찾아 10번 주사
죽음 문턱 돌아온 사형수에 무슨 일이…정맥 못찾아 10번 주사

정맥 확보만 1시간 가까이 걸려…당국자 "혈관 터졌을 수도"사형집행 시도에도 생존한 크리스타 파이크[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테네시주에서 실패로 끝난 사형 집행 과정에서 교정당국

H마트, 전국 매장 확대 ‘가속’… 플로리다 신규 매장
H마트, 전국 매장 확대 ‘가속’… 플로리다 신규 매장

20개 주 110개 매장 운영미 전국 동시 공략 전략아시안 최대 마켓체인 도약원스톱 샤핑·다이닝 제공 H 마트가 전국 매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는 플로리다주

미, 난방유 비축분 최대 3분의 1 푼다

중간선거 전 ‘연료값 잡기’내달 13일까지 인도 방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난방유 가격을 잡기 위해 100만 배럴 규모의 비상 난방유 비축분 중 3분의

게티이미지, 연방 파산보호 신청

연말까지 구조조정 단행사진 제공 등 정상 영업 세계적 사진·영상 콘텐츠 업체 게티이미지가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경쟁사 셔터스톡과의 합병이 무산된 데다 인공지능(AI)

PCB 은행, 아시안 비즈니스 포럼 개최
PCB 은행, 아시안 비즈니스 포럼 개최

PCB 은행(행장 헨리 김)은 아시안비즈니스협회(ABA)와 함께 지난 21일 윌셔 지점에서‘K-Entrepreneur Forum’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30여명의 한인

오픈AI GPT, 3대 클라우드 모두 사용

구글 ‘모델 가든’ 탑재 오픈AI의 인공지능(AI) 모델 ‘GPT’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저’에 이어 구글 클라우드에도 도입된다. 오픈AI와 구글은

사회보장국, 소셜번호 기록 5천만건 대대적 수정
사회보장국, 소셜번호 기록 5천만건 대대적 수정

사상 최대 규모 정비“복지 부정수급 차단” 연방 사회보장국(SSA)이 복지급여 부정수급을 차단하기 위해 소셜시큐리티 번호(SSN) 관련 기록 약 5,000만건을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