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준다” 소란 벌금형
5년간 기내난동 900건
라스베가스에서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술에 취해 소란을 부린 40대 승객이 벌금형을 선고받는 등 ‘진상 손님’으로 인한 기내 난동이 크게 늘면서 대한항공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 인천지법 형사11단독 김샛별 판사는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45)씨에게 벌금 600만원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7일 라스베가스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40분 동안 소란을 부린 혐의로 기소됐다.
승무원이 앞서 술을 제공한 기록을 보여주자 A씨는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은 와인을 마셨느냐”며 “누가 서비스했느냐”고 또 소리쳤다. 그는 여객기 내 승무원 업무공간인 ‘갤리’에 들어가 “내가 기내난동을 부렸느냐”며 “그냥 술 한잔 더 달라고 했을 뿐”이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A씨는 법정에서도 “승무원들에게 술을 추가로 달라고는 했지만, 갤리에는 들어가지 않았다”며 “여객기 운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소란행위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A씨의 행위가 관련법상 소란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김 판사는 “승무원과 승객 등 증인들은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추가로 와인을 더 요구했고 소란을 피우면서 갤리로 들어갔다’고 비슷한 진술을 했다”며 “당시 다른 승객들은 불안감을 호소했고, 승무원들은 착륙 전 안전 점검 등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을 부인하며 승무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은 점도 양형 이유로 지적했다.
지난해 11월에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떠나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비행중 비상문을 강제 개방하려는 소동이 벌어진 끝에 26세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항공보안법 위반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향정 혐의로 기소돼 올해 7월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는데, 검찰이 형량이 낮다며 항소했다.
인천지검 측은 피고인이 미국 체류 중 필로폰을 투약하거나 대마를 흡입하는 등 마약류 범죄를 반복했으며 비상구를 열려는 행동은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어 엄벌이 필요하다고 항소 이유를 덧붙였다.
지난 2020년에도 인천에서 시애틀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 안에서 60대 한인 남성이 착륙을 40여분 앞두고 객실 주방에 들어와 승무원 3명을 위협하고 조종실 진입을 시도하다 승무원에게 제압됐다.
지난해 한국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맹성규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 6월까지 기내 흡연, 폭언 등 소란행위, 타인에게 성적 수치심 유발 등 항공기 내 불법행위 건수는 총 2,232건으로 집계됐다. 국적 항공사별로는 대한항공이 90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아시아나 373건, 진에어 244건, 티웨이 243건 순이었다.
한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연차총회에서 기내 난동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22년 세계 항공편 1,000편당 발생한 기내 난동이 1.76건(568편당 1건)으로, 2021년과 비교해 약 47% 증가했다는 것이다.
<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