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형·신현성씨 측근 한국 압송 직후 수감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400억 달러의 피해를 가져온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도피했다가 한국으로 송환된 한창준(37) 최고재무책임자(CFO)가 8일(한국시간) 검찰에 구속됐다.
김지숙 서울남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 등 혐의를 받는 한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 뒤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씨는 테라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속여 루나 코인을 판매·거래해 최소 536억원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테라 측은 테라 코인이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가치안정화 코인)이자 현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도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는 금융 규제상 허용될 수 없어 처음부터 실현이 불가능했고, 한씨가 다른 공범들과 함께 프로젝트가 성공리에 추진되는 것처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한씨는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루나 코인을 판매하는 등 증권의 모집·매출행위를 한 혐의와 차이페이 고객의 전자금융 결제정보 약 1억건을 동의 없이 테라 블록체인에 기록해 무단 유출한 혐의도 받는다.
권도형씨와 함께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피의자인 신현성(39) 테라폼랩스 공동 창업자가 초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불구속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검찰은 한창준씨가 ‘키맨’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핵심 ‘테라-차이코퍼레이션(차이) 관계’를 정확히 알려줄 인물인 한창준씨는 테라폼랩스의 창립 멤버였다.
권도형씨와 신현성씨가 공동으로 창업한 테라에서 CFO로 일한 한씨는 2018년 9월 ‘지구전자결제’를 설립했다. 이듬해 차이로 사명을 변경하고 같은 해 6월 차이 대표로서 테라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당시 테라는 권도형 대표의 동업자로 고 신직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자이자 홍석현 중앙그룹 회장의 처조카인 신현성씨의 후광에 힘입어 업계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던 프로젝트였다.
앞서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권씨와 한국을 떠나 도피한 한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한 뒤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해 한씨의 신병을 인도받아 지난 6일 송환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