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제작자 "팩트에 집중해 개발"
참신한 문구 깃발·팻말 쏟아져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는 와중에 시민들이 분노와 슬픔을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화하고 있다.
독특한 문구의 집회용 깃발부터 신조어, 계엄을 소재로 한 게임까지 등장해 달라진 시위 문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경희대 재학생 A씨는 '계엄 막기' 게임을 선보였다.
3일에 걸쳐 개발했다는 이 게임은 계엄군으로부터 국회를 지키는 일종의 서바이벌 게임이다. 국회를 무대로 플레이어가 몬스터를 피하면서 경험치 및 아이템을 얻어 보스를 잡는 게임이다.
게임을 시작하면 '부당한 계엄 시도에 맞서 국회를 지켜내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조작 방법이 안내된다. 이용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중 하나의 캐릭터를 선택해 플레이 해야 한다.
캐릭터 선택 후 게임을 시작하면 계엄이 선포되는 동시에 국회를 배경으로 계엄군이 진입해온다. 이용자는 캐릭터를 이리저리 움직여 계엄군을 피해 소화기, 법전, '민심' 등 아이템을 획득하게 된다. 이용자가 승리하면 계엄군이 국회에서 물러나며 "민주주의가 승리했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
A씨는 13일 "정치적 의도보다는 대중의 관심이 주목되는 사건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재밌게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을 가졌다"며 "정치적 편향은 제외하고 팩트에 집중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으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신조어 '내란성 위염'도 부상했다.
해당 키워드는 지난 12일 엑스(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랐고, 당일 탄핵집회에서도 '내란성 위염'이라는 팻말이 포착됐다.
엑스 이용자 'En***'는 "잠깐 세상과 연결을 끊고 동굴에 갔다 오고 싶은데 그 사이에 무슨 일 날까 봐 그것도 못 한다"며 "'내란성 위염'이 온 것 같다"고 적었다.
'내란성 수면 부족', '내란성 두통', '내란성 휴대폰 중독' 등 응용 버전의 신조어도 생성되고 있다.
지난 7일 전국 시위 현장 곳곳에서 포착된 독특한 문구의 깃발도 주목받고 있다.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TK 장녀 연합', '(내향인)', '화분 안 죽이기 실천 시민연합', '전국 삼각김밥 미식가 협회', '직장인 점심메뉴 추천조합' 등 많은 참가자가 자신의 관심사나 특징을 기반으로 문구를 정해 깃발을 제작한 것이다.
'강아지 발 냄새 연구회', '전국 고양이 노동조합', '전국 과체중 고양이 연합', '전국 쿼카 보호 협회' 등 동물을 앞세운 문구도 돋보였다. 지난 12일 집회에서는 '제1교시 수능 끝난 고3 영역, 탄핵형'이라는 깃발도 등장했다.
이 밖에도 '원고하다 뛰쳐나온 로판 작가 모임회', '논문 쓰다가 뛰쳐나온 사람들' 등 직업적 공통점을 기반으로 문구를 적거나, '응원봉을 든 오타쿠 시민연대', '피크민 하는 시위나온 사람들' 등 K팝과 게임을 공통 관심사로 문구를 정한 이들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