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검진에서 난시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안과에서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다가 아이가 네 살 되던 때부터 안경을 썼거든요. 시력 발달 속도가 더뎌서 최근 검진을 해봤는데, 근시까지 심해졌더라고요.”
서울에서 5세 아이를 키우는 한모(37)씨는 “병원에선 안경을 잘 씌우면 선명한 망막 상을 만들어 시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근시가 더욱 악화할까 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이의 눈 건강에 경고등이 켜졌다. 근시를 앓는 소아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성인이 될 경우 고도난시로 이어지면서 여러 안질환을 앓게 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10세 근시 환자는 약 26만 명(2022년 기준)이다.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는 0~9세 소아의 25%, 9~19세에선 약 48%가 근시일 것으로 추산한다. 소아부터 19세 미만까지 범위를 넓히면 전체의 60% 안팎이 근시를 앓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근시와 원시, 난시는 초점이 어디에 맺히느냐에 따라 구분된다. 눈의 굴절력이 고르지 못해 한점에서 초점이 맺히지 않는 게 난시, 망막보다 뒤쪽에 초점이 맺히는 게 원시다.
소아기에 발생하는 근시는 초등학교 입학 전인 6세쯤 시작돼 성장이 끝나는 시기까지 계속된다. 백 교수는 “소아·청소년 시기에 근시의 진행을 최대한 늦춰 향후 고도근시를 앓지 않게 하는 게 소아근시 치료의 목표”라고 말했다.
근시 치료는 크게 광학적인 방법과 비광학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대표적인 광학치료법으로는 드림렌즈라 불리는 각막굴절교정렌즈가 있다. 잠을 잘 때 착용하는 것으로, 일반 렌즈와 달리 가운데 부분이 주변부보다 평평해 수면 시 각막의 중심부를 눌러 굴절력을 낮춰준다. 자고 난 다음 날 일시적으로 시력이 개선되기 때문에 안경 없이도 생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소아 근시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 필요한 건 생활습관의 변화다. 걷거나 흔들리는 차 안에서 영상 보지 않기, 책 읽기 등 20~30분 가까운 곳을 집중해 봤다면 이후엔 멀리 보면서 눈 풀어주기 등이 있다.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