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선조…도산 등 선각자 자취 곳곳에’
미주 한인사회 독립운동의 거점이자 상징이었던 LA 흥사단 옛 단소 건물이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다시 한인사회의 품에 안기게 되면서(본보 2일자 A1면 보도) 이민 선조들의 독립운동 역사와 숨결이 살아 있는 LA 지역 한인 이민사 유적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국가보훈처의 흥사단 단소 매입을 계기로 대한인국민회관과 도산가옥 등 다른 사적지들의 보존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한인 차세대들을 위한 역사 및 뿌리교육의 산실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LA 지역에 남아 있는 주요 사적지를 살펴본다.
■대한인국민회관
‘미주 독립운동 1번지’로 꼽히는 LA 한인타운 인근 제퍼슨가에 위치한 대한인국민회관은 1922년 미국과 멕시코, 쿠바에 있던 지방회들로 재편한 ‘북미 대한인국민회’ 건물로 지난 1938년 지어졌다. 지리한 소유권 분쟁 끝에 2003년 12월 대한인국민회 기념관으로 재단장됐다. 이후 국가보훈처의 도움으로 한인 초기 이민사 및 독립운동사를 포함한 역사교육 박물관으로 활용돼 왔다. 지난 1991년에는 LA시 사적지(548호)로 지정됐다.
재단장 공사 중 다락방에서 기미독립선언문 동판을 비롯해 1908년 미주 한인들이 장인환·전명운 의사의 스티븐슨 저격사건 이후 돈을 모아 변호사 비용을 마련했다는 문서, 1920년대 미주 한인 인구 현황을 수록한 인구등록, 독립운동자금 입금 대장 등 미주 한인들의 활동을 알리는 중요한 기록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국민회관은 지난 2021년 11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치고 재개관했다. 국민회관은 재단장 작업을 통해 영어권 2~3세와 타인종들도 둘러 볼 수 있는 최첨단 전시시설을 갖췄다. 업그레이드 작업은 한국의 독립기념관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USC 도산가옥
USC 캠퍼스 내에 있는 ‘도산 안창호 가옥’은 도산 선생이 중국과 한국에서 독립운동을 하는 동안 부인 이혜련 여사와 다섯 자녀들이 거주해온 곳이다.
1920년대 지어진 이 가옥은 원래는 USC 주차장이 위치한 37가에 있었으나, 재개발이 진행되자 USC가 지반을 통째로 떼어내 2004년 캠퍼스 안으로 이전시켰다. 현재 LA시 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USC는 이후 동문들과 한인 커뮤니티의 도움으로 100만 달러의 기금을 조성해 도산 가옥을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해왔으며 2009년부터 이곳을 한국학연구소로 사용하고 있다.
도산의 가족들이 이 가옥에 거주할 당시 일제가 만주를 침략하자 안창호 선생은 중국에서 본격적인 반일투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도산은 그러나 일제 경찰에 체포돼 국내로 압송됐다. 4년 반에 걸친 두 차례의 감옥생활 끝에 얻은 병이 악화돼 1938년 만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옛 대한인동지회 건물
대한인국민회관과 함께 미주 한인사회의 대표적 독립운동 사적지였던 대한인동지회관은 지난 2013년 USC 기숙사로 재건축되면서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이승만 전 대통령 등을 주축으로 1921년 7월 하와이 호놀룰루에 설립된 대한인동지회는 1929년 LA로 본부를 옮겨 독립운동 자금 지원과 함께 한인 2세들의 교육도 담당했었다.
대한인동지회가 1943년 구입해 회관으로 사용했던 동지회 건물은 한인들끼리 소유권 3파전이 벌어지면서 2010년 경매목록에 올랐고, 결국 한 부동산업체에 넘겨져 USC 기숙사로 재개발됐다. 동지회는 경매 위기를 넘기기 위해 국가보훈처와 LA총영사관 등 한국정부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분쟁단체에 대한 지원은 불가하다는 정부 입장에 따라 지원이 무산돼 아쉬움을 남겼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