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세여성들 피해 기본권 침해 받아들여
한국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해외 거주 여성 복수국적자들의 국적 이탈을 제한하는 현행 국적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의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지난 14일 한인 2세 여성인 자넷 진주 최씨(본보 8월3일자 보도)가 현행 국적법이 국적이탈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본안 심리에 회부하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선천적 복수국적 때문에 미 공군 입대를 포기한 한인 2세 여성의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가 두 달 만에 사전심사를 통과시켜 위헌 심판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에서 최씨를 대리한 임국희 변호사는 “얼마 전 루시 고 판사가 한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연방 항소법원 판사에 지명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기뻤는데, 고씨가 복수국적자였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미국 내 더 많은 한국계의 공직 진출을 위해서는 현행 국적법 조항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미국 시민권자 아버지와 영주권자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씨는 현재 미국 대학에서 통계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으로 내년 봄 학기 서울대학교 교환학생을 가기 위해 비자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자신도 몰랐던 복수국적자라는 사실을 깨달은 최씨는 ‘국적이탈’을 하고자 했지만 그러나 부모님의 이혼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한국에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최씨가 국적이탈을 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혼한 최씨의 부모님이 한국에 혼인신고를 한 후 최씨의 출생신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로 인해 최씨는 교환학생을 포기했고, 더 나아가 향후 풀브라이트 장학금 등 각종 공공 장학금 신청에서 배제될 뿐만 아니라 복수국적자를 제한하는 연방정부, 군대, 정계, 선출직 진출 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이전만 해도 여성의 경우 1988년 5월4일생을 포함한 그 이전 출생자는 22세에 국적선택을 안 할 경우 한국 국적을 자동 상실했다.
하지만 2010년 개정법에 의해서 국적선택 불이행시 국적자동상실제도가 폐지돼 1988년5월5일 생을 포함한 그 이후 출생자들은 국적이탈을 하지 않는 한 여성이라고 계속 한국 복수국적을 보유하게 됐다.
이번 헌법소원은 위싱턴 로펌의 전종준 변호사가 주도하고 있는 국적법에 관한 제7차 헌법소원으로 전 변호사는 “지난해 선천적 복수국적자 남성에 대한 국적법 조항의 헌법불합치을 받아 국회는 내년 9월 30일까지 개정 법안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사전심사 통과를 계기로 하루속히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의 국적자동상실제도가 부활돼 한인 2세들이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해외에서 한국을 빛낼 수 있도록 길을 준비해 주고 응원해 주는 글로벌 정책을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내에서 선천적 복수국적에 해당되는 이민 2세는 약 20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전 세계 동포 2세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석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