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송금·월급 받는 유학생, 주재원은 ‘울상’
한국서 송금·월급 받는 유학생, 주재원은 ‘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델타 변이’의 확산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LA 한인 경제계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한국에서 학비를 조달하는 유학생은 학비 부담이 늘어나는 반면에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LA 한인 수입업체들은 대금 지급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내심 반기는 눈치다.
■원화 1,200원대 넘어설 수도
22일 한국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이 1,180원대까지 급상승했다. 지난 20일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1달러당 1,176.2원보다 3.4원 오른 1,179.6원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14일 1,183.5원까지 상승한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치에 해당하는 원·달러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초 1,100원선에서 머무르던 것과 비교하면 80원 가까이 급등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처럼 급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18일 한국 정부의 개입으로 8.3원 내린 1,168원에 마감한 환율은 이튿날인 지난 19일에는 반등하며 1,1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주에만 10.6원이나 오를 정도의 급등세를 보였다.
미국의 조기 테이퍼링이 예상되고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지연 등의 우려로 위험 자산 기피 현상이 커지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 원화 가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원·달러 환율 전망과 관련해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델타 변이 확산으로 한국 경제 상황이 가변성이 큰 만큼 달러 강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고 견해가 우세하다. 게다가 환율의 특성상 특정 수준이 깨지면 변동성이 커지는 데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라서 달러당 1,200원선을 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환율 변동에 희비 엇갈려
원·달러 급등으로 애를 태우는 것은 LA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들이다. 학비를 포함해 생활비의 상당 부분을 한국에서 보내오는 돈에 의존해야 하는 유학 생활의 특성상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실제 손에 쥐는 유학 생활비 규모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가을 학기를 앞둔 유학생 K모씨는 “환율 인상으로 학비를 보내야 하는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 마음이 무겁다”며 “부모님한테 돈을 더 요구할 수 없어 생활비 일부를 조달하기 위해 파트타임 일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으로 마음 고생을 하는 것은 LA에 근무하는 한국 기업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매달 한국 본사에서 보내오는 급여로 생활해야 하는 한국 기업 직원들에게 환율 상승은 급여가 그만큼 줄어들다 보니 급여 삭감과 같기 때문이다.
특히 국적항공사들의 경우 유류비 등을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구조라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지출 비용이 늘어나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운 경영 환경이 더욱 어려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이에 반해 원·달러 환율 급등에 미소를 짓는 사람들도 있다.
한국에서 물건을 수입하는 수입업체들은 원화 약세에 따른 환차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 급등을 내심 반기고 있다. 치솟는 해운 운임 상승으로 수입업 자체가 어려움에 봉착한 상황에서 달러 강세로 수입 대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위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을 여행하려는 한인들도 원·달러 환율 상승의 혜택을 보는 계층이다. 달러 강세로 환전시 이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더 많은 원화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반사 이익을 보는 수혜 계층에 속한다.
<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