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에 지출 급상승, 젊은층 주도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K모씨는 다음달 노동절 연휴를 이용해 부부 동반으로 알래스카 여행을 갈 예정이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여행을 가지 못해 쓰지 않은 예산에 경기부양금을 받은 것을 더해 경비를 마련했다. K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한 데다 경기부양금과 같은 추가 수입으로 현금 여유가 생겼다”며 “평소 비용 때문에 가보지 못했던 곳이어서 조금 무리를 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경제 활동이 재개되면서 한인들을 포함한 미국인들의 씀씀이가 커졌다.
17일 경제매체 CNBC는 미국의 경기 회복과 함께 소비 지출이 지난해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주류 보험업체인 ‘매스뮤추얼’(MassMutual)이 1,000명의 미국 내 성인들을 대상으로 7월에 조사한 소비자 지출 및 저축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시즌에 비해 월 평균 765달러를 더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밀레니얼과 Z세대 등 젊은층의 소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더 커 월 평균 1,016달러를 더 소비해 전체 소비 지출 규모가 상승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인들의 소비 지출 증가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소비 지출을 줄인 상황에서 경기부양금과 같은 추가 수입이 늘면서 최근 들어 소비 지출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한인 식당의 실내영업이 재개되고 사무실 복귀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외식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한인들의 가전제품과 가구 구입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여름 시즌이 냉장고를 비롯해 가전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이기는 하지만 연초에 비해 15~20% 판매 신장이 있었다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재택 근무가 늘면서 집에 대한 리모델링을 하면서 한인들의 가구 구입도 늘었다.
한스전자 관계자는 “교체 시기가 된 가전제품을 지금 교체하자는 소비 심리가 작용하면서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그렇다고 무조건 고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 실속 위주의 일상적 평균치 가격의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행에 나서는 한인들도 늘면서 한인 여행업계의 생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같으면 고가 여행 상품이라 수요가 적었던 여행 상품에 한인 여행 수요가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활동이 셧다운되면서 여행을 가지 못했던 수요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따른 여행 재개로 소위 보복 여행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인 여행업계에 숨통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한 한인 여행업체 관계자는 “예전에 가격대가 높아 꺼렸던 여행 상품에 한인들의 예약이 늘고 있다”며 “옐로스톤이나 알래스카, 큰바위얼굴 등 1,000달러가 넘는 여행 상품의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한인을 비롯한 미국인들의 소비 지출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저축은 떨어지고 있다. 매스뮤추얼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48%가 지난 3개월 동안 500달러 미만의 저축에 그쳤다.
소비 지출 증가세도 ‘델타 변이’에 따른 코로나19 재확산이란 변수에 따라 역전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까지 지속될지 주목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