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한인 여대생 결국 자살
모친 "담당의료진 무성의 치료"
병원 "큰 상실감" 책임은 회피
지난해 우울증을 앓던 한인 여성이 부실한 의료서비스로 결국 목숨을 끊어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어머니 정성연씨는 지난 13일 본보와 통화에서 “딸 선영(영어이름 엘리자베스 브라운, 19)이가 매사추세츠 시몬스락의 바드 칼리지에 다니던 2016년 5월 첫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면서 “그해 여름방학에 산타로사 집으로 돌아와 카이저병원에서 치료를 시작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자살로 내몰렸다”고 밝혔다. 정씨는 “첫 방문 이후 다음 방문까지 4~6주가 걸리는 등 의사를 만나기 어려웠다”면서 “옥스포드 교환학생으로 선발돼 출국이 예정돼 있던 딸은 치료 한번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유학길에 올랐다”고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영국에서 증상이 심해진 딸은 한 학기만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면서 “그러나 산타로사 카이저병원은 선영이 케이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료 기록에 따르면 2017년 12월 선영씨를 담당한 카이저 의사는 “할 이야기가 많다”고 보낸 그의 메세지에 “방문은 30분으로 제한돼 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치료약을 재처방해주는 것뿐”이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씨는 “담당 의료진이 선영이 상태를 팔로우업하지 않아 우리가 먼저 연락을 취했다”면서 “담당의사는 환자에게 관심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치료횟수가 너무 적어 결국 세션당 160달러하는 외부 치료사와 1주일에 1-2회 치료상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영이가 2017년 1월 자살소동을 벌여 카이저 집중 외래환자 프로그램에 들어갔지만 치료 효과가 없었고 또 다시 조울증 진단을 받은 선영이는 이후 두차례 입원과 경계선 성격장애 진단 등 상태가 심해져 2018년 1월 목을 매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그 일로 뇌가 손상된 선영이는 식물인간 상태로 있다가 그해 5월 병원에서 숨졌다”고 밝혔다.
정씨는 “매달 (카이저에) 보험료를 납부했는데 의사를 한번 만나려면 4~6주가 걸렸다”면서 “암환자에게도 이렇게 대하겠느냐”고 부실한 정신질환 의료체계를 비난했다. 그는 “암세포가 전이되면 죽음을 맞듯 정신질환이 악화되면 극단적인 선택인 자살로 내몰린다”면서 “사회의 올바른 인식과 자살시도예방 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카이저측은 선영씨 자살과 관련해 “환자의 죽음은 치료과정에 관여했던 모든 의료진들에게도 큰 상실감을 준다”고 성명서를 발표했으나 카이저측의 치료 책임에 대해서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정씨 부부는 비영리단체인 ’엘리자베스 모건 브라운 메모리얼 펀드‘를 운영하며 딸처럼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지원하고, 정신질환 의료체계를 강화하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한편 선영씨 스토리는 지난 10일 SF크로니클에 보도돼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SF=김지효 인턴기자
정성연씨가 딸이 생전에 키던 바이올린을 들고 있다. 바이올린 옆에는 선영씨(영어이름 엘리자베스 브라운)가 임종 당시 입고 있던 옷이 놓여져 있다.
사망한 한인여성 선영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