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관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서
1893년 발급 '장봉환 집조' 사본
워싱턴 로건 서클에 22일 정식 개관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3층에는 한문과 영어, 불어로 적은 '집조'(執照)라는 문서가 있다.
집조는 관청에서 일반적으로 발급하는 증명서로, 이 문서는 1893년 1월 24일(양력 3월 12일) 조선 정부가 주미공사관 서기관으로 부임하는 장봉환에게 발급했다. 당시에는 여권이라는 용어가 없어서 외국에서 사용할 신분증명서도 집조라고 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장봉환 집조는 현존하는 조선에서 가장 오래된 여권이다. 기존에는 국립중앙도서관에 있는 왕태자궁 부첨시 윤헌이 1895년 7월 29일(양력 9월 17일) 외국에 가기 위해 받은 집조가 최고 여권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공사관 개관 준비 과정에서 장봉환 후손인 장한성 씨가 집조를 소장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봉환 집조는 문화재여서 해외 반출이 여의치 않아 사본을 전시했다"고 말했다.
오늘날 관용 여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장봉환 집조는 앞쪽에 한문, 뒤쪽에 영어와 불어가 있다. 앞쪽을 보면 외무독판 조병직이 미국에 부임하는 흠차전권대신 서기관 장봉환에게 주는 제31호 집조라고 기록됐다. 발급일은 조선 개국 502년 정월 24일이다.
가운데에는 "지나는 길의 각 관리는 혹 관섭이 있으면 그 인원이 편하게 해주시고, 지나는 길에 막힘과 어려움에 처하지 않도록 해주시고, 만약 절박한 일이나 중요한 경우에는 별도의 도움을 주고 보호해주시기 바랍니다"는 당부 글이 있다.
영어와 불어로도 직조 소유자, 문서 발급 번호와 발급일, 부임 지역, 여정을 돕고 보호해 달라는 글이 기재됐다.
김도형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은 "집조는 1887년 6월 흠차변리대신 민영준에게 1호가 발급됐다"며 "장봉환 집조는 31번인데, 조선이 매년 10건 이하만 발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봉환 집조는 생산 연대와 사용처가 분명하고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 근대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되는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장봉환 집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