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트럼프 행정명령 국무부 여권발급 금지 등”
반발 법적소송 불 보듯 현실화 가능성 ‘미지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표적인 반이민 정책의 하나로 ‘출생 시민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트럼프 인수팀이 실제 이를 시행하기 위한 구체적 플랜 수립에 착수했다고 23일 CNN이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에도 수정헌법 14조에 의해 보호되는 출생 시민권을 비난해 왔으며 이를 폐지하기 위해 트럼프 2기 취임 즉시 행정명령을 통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여러차례 공언한 바 있다. CNN은 출생 시민권 폐지 문제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측이 서류미비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18세 미만 아동에게 미국 여권을 발급하지 말도록 국무부에 행정 명령을 내리거나, ‘원정 출산’을 단속하기 위해 관광비자 요건을 강화하는 옵션 등 비공개적으로 전략을 준비해 왔다고 전했다.
연방 수정헌법 14조는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귀화하고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는 모든 사람은 미국 시민“이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의 주장은 수정헌법 제14조가 잘못 해석돼 미국에서 서류미비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에게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이민 강경파들은 서류미비 이민자의 자녀는 미국의 ‘관할권’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헌법에 따라 시민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현재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해 36개국이 자국 땅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자동 시민권을 부여한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서류미비자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미국 태생 18세 미만 아동은 440여만명에 이른다. 다른 소식통은 “이것은 긴급 상황이 아니므로 작업을 1년 안에 완료하고 확정할 필요는 없다”며 “우리는 이 문제가 대법원에 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체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CNN에 전했다.
법적 싸움은 불가피하지만 연방 대법원이 이러한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는 게 보장된 것은 아니다. 하급법원에서 출생 시민권에 대한 별다른 이견이 없으면 상급법원이 이에 관여할 가능성이 줄어든다.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이 분쟁을 대법원에 긴급 사안으로 상정해 정책을 가로막는 하급법원의 명령을 일시 중지해 달라고 요청한다면 사법부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이 이 사안을 전면적으로 검토한다 해도 출생 시민권을 보장하는 법령에 근거해 트럼프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려 핵심 헌법 문제를 회피할 수도 있다.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려는 트럼프 팀의 전략에 맞서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려는 이민자 옹호단체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고 CNN은 분석했다.
오랜 대법원 판례도 차기 트럼프 행정부에 주요 걸림돌이다. 1898년 대법원 판결은 부모가 비시민권자인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동에게 수정헌법 14조 적용을 지지했으며, 1982년 판례에서도 수정헌법이 서류미비 이민자에게서 태어난 자녀에게도 적용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각 주의 민주당 소속 검찰총장들도 이 싸움에 뛰어들기를 열망하고 있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주장은 전형적인 극단주의”라며 “미국 시민을 추방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우리는 법정에서 확실히 소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낙태권과 같은 다른 문제에 대한 오랜 판례를 뒤집으려는 의지를 보여준 보수 성향의 연방 대법원에서도 출생 시민권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