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이규 레스토랑

[조윤성의 하프타임] ‘죽은 손’에 질식당하는 미국의 민주주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03 11:56:21

조윤성의 하프타임,조윤성,LA미주본사 논설위원,미국 민주주의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민주당의 조 바이든은 유권자들로부터 상대인 도널드 트럼프보다 무려 800만 표나 더 많은 전국적 지지를 받았다. 4.5%포인트라는 압도적인 차이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바이든이 자신의 승리를 훔쳐갔다고 억지 주장을 했다. 트럼프의 선동은 급기야 폭도들에 의한 연방의회 습격이라는, 미국의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미증유의 폭력사태로 이어졌다.

바이든은 전국적으로 압도적인 표를 얻었지만 그의 승리를 결정지은 것은 조지아와 애리조나, 그리고 위스콘신 등 3개 경합주의 단 4만2,000표였다. 만약 이 표가 바이든이 아닌 트럼프에게 갔더라면 바이든은 800만 표 이상을 이기고도 대선에서 패하는 쓰라림을 맛보았을 것이다. 대선 승자를 전국적인 득표수로 가리지 않고, 각 주의 승리 후보에게 전부 주어지는 선거인단의 총 집계로 결정하는 미국만의 독특한 선거제도가 초래한 혼란이었다.

그나마 바이든은 신승이라도 했지만 2000년 대선에서 민주당 앨 고어는 전국 득표에서는 이기고도 대선에서 패했다. 그는 상대인 공화당의 조지 W. 부시보다 54만3,895표를 더 받았다. 하지만 플로리다에서 단 537표를 뒤지는 바람에 백악관을 부시에게 내주어야 했다.

지난 1992년부터 2020년까지 치러진 미국대선에서 공화당은 2004년 부시 재선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전국 득표에서 민주당을 앞선 적이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에는 3번이나 당선됐다. 다수표를 얻는 후보의 당선을 기본으로 하는 민주주의 원칙에 비춰본다면 너무나도 비민주주의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전국 유권자들의 의사와 선거결과가 일치하지 않고, 일부 정치세력과 일부 지역에 정치적 대표성이 과다하게 부여되는 현상이 갈수록 고착화, 일상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선의 경우 선거인단 제도를 그 이유라고 한다면 연방의회의 경우에는 주의 크기나 인구와 관계없이 모든 주에 똑같이 두 명의 연방 상원의원 자리를 주고 있는 헌법조항이 이런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지만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 지지표가 전체적으로 더 많았던 적은 거의 없다. 적은 표로 텃밭에서 계속 당선자들을 배출하면서 의회권력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13개 주가 분열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작은 주들의 요구사항을 되도록 받아들여 헌법에 반영하려 했다. 그 결과물이 선거인단 제도와 2명씩의 연방 상원이었다. 하지만 일부 건국의 아버지들은 자신들이 만든 헌법을 영구적인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토머스 제퍼슨의 경우에는 헌법의 ‘유통기한’을 언급하면서 19년을 주기로 수정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230여 년 전 분열과 분란을 막기 위한 ‘일시적 타협의 산물’로 탄생한 미국의 헌법은 지금 또 다른 분열의 씨앗이 되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외면해온 낡은 헌법은 정치적 양극화를 한층 더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적은 표를 얻고도 백악관을 장악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고 있는 헌법 덕분에 일부 정치세력은 이념적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지지층을 넓히려 노력하기 보다는 선거인단 숫자라는 산술적 계산에만 골몰하고 있다.

대선 승리를 위해 공화당은 최대 표밭인 캘리포니아를 공략하고, 민주당은 보수의 아성인 텍사스에 더 공을 들여야 함에도 아예 이런 노력들은 접어둔 채 이른바 ‘경합주’라는 6~7개주 승부에만 올인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대선 풍경이다. 여기에 중도층이나 완충세력이 들어설 자리는 거의 없다.

그동안 시대에 뒤떨어진 선거제도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절반이 넘는 미국인들이 선거인단 폐지를 원하는 있음에도 그렇다. 이것을 바꾸려면 상하원 모두 3분의 2이상이 찬성하고 전체 주 가운데 4분의 3이 비준을 해야 한다. 한 마디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하버드대 정치학자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오늘날 미국 사회가 직면해 있는 급박한 위협은 전체 선거에서 이긴 다수가 아닌, 소수가 오히려 권력을 차지하고 지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법률학자인 앤드루 코언은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채 오래 이어지는 헌법은 필연적으로 미래 세대의 손을 묶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이것을 ‘죽은 손의 문제’(problem of the dead hand)라 지칭했다. 토머스 제퍼슨은 자신들이 급하게 만든 헌법을 다시 손보지 않을 경우 이것이 미래 세대에 ‘죽은 손’이 될 수도 있음을 이미 꿰뚫어본 것이다. 

<조윤성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메트로시티은행 미션아가페에 성금 기탁
메트로시티은행 미션아가페에 성금 기탁

메트로시티은행(회장 백낙영, 행장 김화생)은 연말을 맞아 22일 지역 봉사단체인 미션아가페(대표 제임스 송)에 성금 5,000달러를 전달했다. 백낙영 이사장은 "꾸준하게 봉사하는

32회 메시아 대연주회 성황리 개최
32회 메시아 대연주회 성황리 개최

"예수님 탄생 기념 축하 공연 선사"유진 리 2회 연속 연주회 지휘해 올해로 32회를 맞이하는 헨델의 메시아 연주회가 22일 아틀란타 벧엘교회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이번 연주회는

사랑의 천사포 6만5,700달러 모금 성과
사랑의 천사포 6만5,700달러 모금 성과

연말까지 성금 계속 접수 애틀랜타 한인 사회의 자선 구호 프로그램인 ‘사랑의 천사포’(위원장 김백규)가 지난 19일 애틀랜타 라디오코리아 모금 생방송을 펼쳐 6만5,700달러를 모

S. 캐롤라이나 여행 전 홍역예방접종부터...
S. 캐롤라이나 여행 전 홍역예방접종부터...

감염 130여명... 홍역창궐지역보건당국 "몸 아프면 여행 중단" 연말연시를 맞아 조지아 이웃 사우스 캐롤라이나로 여행계획을 세웠다면 특히 자녀가 홍역 예방접종을 맞았는지 반드시

불법 투견 조지아 남성에 종신형 가능성
불법 투견 조지아 남성에 종신형 가능성

동물학대 등 69건 혐의 유죄평결 불법 투견과 불법 개사육을 포함한 동물학대 등 무려 69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조지아 남성이 종신형 선고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조지아 중부

〈속보〉디캡 교도소 수감자 3명 탈주...무장 가능성
〈속보〉디캡 교도소 수감자 3명 탈주...무장 가능성

오늘 오전...대대적 수색작업살인혐의 수감자도 포함  디캡 카운티 교도소에서 수감자 3명이 탈주에 당국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섰다. 이들 중에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수감자도 포함돼

월남전 유공자회 연말 정기모임 가져
월남전 유공자회 연말 정기모임 가져

55차 4분기 정기모임 러빙핸즈에서 미동남부월남참전유공자회(회장 송효남)는 지난 20일(토) 노크로스 러빙핸즈 시니어센터에서 제55차 4분기 정기모임을 개최했다.김성용 사무총장의

개싸움이 총격으로...70대 남성 사망
개싸움이 총격으로...70대 남성 사망

공원 산책 중...52세 남성 검거 산책 중 반려견간 싸움이 총격전으로 번져 70대 남성이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홀 카운티 셰리프국에 따르면 21일 오후 게인스빌 심슨 공원에서 반

미션아가페, 사랑의 자켓 전달 마무리
미션아가페, 사랑의 자켓 전달 마무리

자켓 600벌 소외 이웃에게 배포 한인 봉사단체 미션아가페(대표 제임스 송)가 2025년에도 ‘사랑의 자켓’ 600벌을 성공적으로 분배했다.올해 처음으로 고등학교 봉사자들로 조직된

귀넷 학군재조정 시작부터 '삐거덕'
귀넷 학군재조정 시작부터 '삐거덕'

첫 조정안 학부모 반발로 무산 향후 조정안 추진도 진통 예상 귀넷 교육위원회의 학군 재조정안이 시작부터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됐다.지난 18일 열린 그레이슨고 인근 학군 재조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