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내과 의사가 왜 부갑상선을 살펴봤을까? 10여 년 전, 대학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80대 여성 C씨가 진료를 받으러 왔다. 콩팥이 나빴던 C씨는 집에서 가까운 한 종합병원에 다니면서 오랫동안 진료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다 말기 신부전으로 진단돼 콩팥 투석을 받아야 할 상황이 됐다는 말을 담당 의사로부터 들었다.
그전부터 콩팥 기능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콩팥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검사해 보니 C씨의 콩팥 기능은 투석해야 할 정도로 나빠져 있었다.
그런데 C씨의 검사 기록을 살펴보던 중 특이한 점이 하나 눈에 띄었다. 혈중 칼슘 농도가 너무 높았다. 혈중 칼슘 농도는 대개 8.6~10㎎/dL으로 보고 있으며, 10.5㎎/dL을 넘어서면 고칼슘혈증으로 진단한다. C씨의 혈중 칼슘 농도는 13㎎/dL이나 됐다.
칼슘은 뼈와 치아 등에 99%가 들어 있고, 혈액 속에는 1%만 존재한다. 그런데 뼈 안에 있던 칼슘이 빠져나와 혈액으로 들어가면 혈중 칼슘 농도가 높아진다. 칼슘이 빠져나오게 하는 주원인은 부갑상선호르몬 증가, 암의 뼈 전이, 다발성골수종, 심한 골절 등이다.
뼈에 칼슘을 저장하거나 꺼내는 과정을 조절하는 부갑상선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뼈에서 칼슘을 많이 꺼내게 되므로 혈중 칼슘 농도가 높아진다.
부갑상선 종양은 부갑상선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혈중 칼슘 농도가 과도하게 높을 때는 부갑상선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추가 검사에서 C씨의 부갑상선에서 양성 종양이 발견됐고, 수술을 받았다. 그 뒤 C씨의 혈중 칼슘 농도는 10㎎/dL 이하로 낮아졌다.
C씨의 콩팥 기능도 점점 회복됐다. 원래 기능이 좋지 않았던 콩팥이 칼슘까지 몸 밖으로 배출하느라 혹사당해 더 나빠져 있었는데, 부갑상선 수술 뒤에 칼슘 배출 부담이 감소하면서 콩팥 기능이 좋아진 것이다.
C씨는 또한 저염 식단 실천 등의 노력을 했고 투석 치료가 필요 없는 수준까지 콩팥 기능이 회복됐다. 10년이 지나 90대에 접어든 요즘도 C씨는 정기적으로 필자의 진료를 받고 있다.
요즘 대학병원의 세부 분과를 기준으로 하면 갑상선과 부갑상선은 내분비대사내과 의사의 진료 대상이다. 신장내과 의사는 콩팥과 요로를 주로 진료한다.
그런데 C씨처럼 콩팥 기능 저하와 부갑상선 이상이 겹쳐 나타났을 때는 어떤 의사가 이를 종합 진단하고 치료법까지 찾아야 할까?
10여 년 전 C씨에게 콩팥 투석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던 신장내과 의사는 콩팥 기능 저하에만 집중했고, 혈중 칼슘 농도 증가 원인을 찾는 일은 내분비대사내과 의사의 역할로 여기고 지나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의료를 포함한 많은 분야가 점점 더 전문화·세분화되고 있다. 내과도 호흡기내과, 순환기내과, 소화기내과, 내분비대사내과, 신장내과 등으로 나뉘어 있다. 콩팥과 부갑상선은 이전에는 내과 의사가 다 진료했으나, 세부 전문의 제도가 정착된 뒤에는 신장내과와 내분비대사내과의 진료로 분리됐다. 전문화의 장점은 분명하다.
다만 인구 고령화 영향으로 여러 장기·기관에 걸친 질환이 있는 환자가 늘고 있다. 진료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하게 살펴보는 의사 역할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