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치료를 받았거나 대장암 진단을 받은 직계 가족이 있는 여성은 자궁내막암·난소암 등 부인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
대장암 환자 가운데 일부는 ‘린치증후군(Lynch Syndrome)’이 있는데, 이 증후군이 있는 여성은 자궁내막암·난소암 등 부인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지게 된다.
린치증후군은 DNA 복제 시 발생하는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자(MLH1, MSH2, MSH6, PMS1, PMS2)의 돌연변이가 부모에게서 유전돼 발생하는 유전성 암 증후군이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기에 부모 중 1명이 유전자 돌연변이를 지녔을 때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은 50%이며, 린치증후군이 아닌 사람보다 암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린치증후군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남성은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60~80%이고, 여성은 40~60%이다. 여성은 특히 자궁내막암 발병 위험이 40~60%, 난소암은 5~20%로 매우 높다.
박병관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 환자에게 생식세포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나 면역 조직 화학 검사(IHC)를 시행하면 2~4%에게서 린치증후군으로 진단된다”며 “가족 가운데 대장암 환자가 있거나, 린치증후군 관련 암인 자궁내막암·위암·난소암·췌장암·요관암·담관암(담도암)·뇌종양 등을 진단되면 린치증후군 여부를 진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암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 가운데 린치증후군 환자는 대장 용종이 암으로 진행되는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기에 1~2년마다 대장 내시경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암이 진단되면 암 조직이나 혈액을 이용한 조직 면역 염색이나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법으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스크리닝할 수 있는데, 돌연변이가 발견되면 가족들은 돌연변이 부분만 검사하므로 적은 비용으로 확인할 수 있다.
린치증후군을 의심할 수 있는 고위험군은 50세 미만에 대장암 진단을 받거나, 한 가계 내 대장암 환자가 3명 이상이거나, 린치증후군 관련 암으로 진단된 경우다. 암 조직을 이용한 면역 조직 화학 검사와 정밀 유전자 검사인 현미 부수체 불안정성(MSI) 검사로 린치증후군을 알아낼 수 있다.
한국 여성에게서 린치증후군 관련 유전자 돌연변이가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 보고는 아직 없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암센터 산부인과 교수 연구팀이 2021년 국제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25명의 자궁내막암 여성에게서 20종류의 돌연변이가 린치증후군 관련 유전자에서 발견됐다.
또한,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 발표한 린치증후군에서 대장암 발생 후 6년 만에 자궁내막암이 진단된 국내 사례에 따르면 36세 여성이 대장암 수술을 받고 6년 후 자궁내막암이 진단돼 수술받았다. 이 여성은 대장암에 걸린 후 유전자 검사를 한 결과 린치증후군에 해당하는 유전자 시퀀싱(MSH2) 돌연변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