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1.9원… 1,260원대 진입도
주요국 통화 중 독보적 하락
원·달러 환율 하락 속도가 최근 너무 가팔라져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불과 한 달 반 만에 70원이 수직 낙하했는데 원화 강세에 한국에서 물건을 사와야 하는 무역업계와 모국 여행에 의존하는 관광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이다. 올해 말까지 추가적인 하락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8.6원 하락한 1,271.9원에 마감했다. 특히 장중에는 1,269.75원까지 하락해 1,270원대가 깨지는 일도 발생했다. 5월 2일 원·달러 환율이 1,342.9원까지 올라 연고점을 경신했음을 고려하면 불과 한 달 반 만에 70원 이상 추락한 것이다. 당시 달러화의 추가 강세를 예상하고 환전을 미뤘던 한인 여행객이나 한국 상품 매입을 미뤘던 비지니스 오너라며 지금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원화의 강세는 주요국 통화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16일 기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1개월 전보다 5.19% 상승했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11개 주요 아시아 통화 중 가치 상승폭이 가장 컸다.
원화 가치는 23개 신흥시장 통화 중에서도 콜롬비아 페소(8.28%)를 빼면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3.31%), 중국 위안화(-1.96%), 영국 파운드화(-2.34%), 유로화(-1.85%) 가치가 일제히 떨어진 것과 상반된 흐름이다.
한국 수출 개선 기대감이 환율 급변동의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최근 발표된 6월 1~10일 수출 통계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는데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중국 수출이 개선돼 이제 바닥을 다졌다는 기대감이 출현했다.
대외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특성상 수출이 늘어나면 경기 개선 기대에 원화 강세가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등락세가 나타날 수 있지만 무게 중심은 1,200원대 안착”이라며 “수출 경기 회복으로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으로 원화 강세가 시작된 만큼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환율 시장 변동을 본격적으로 할 때다. 무역 업계의 경우 단기간 원·달러 환율이 올라갔을 때 선주문을 해야 향후 환율 하락으로 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또한 여행 업계의 경우 하반기 원화 강세가 사업에 악화를 불러올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일반 한인들 입장에서는 올 여름 한국 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다소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원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 달러가 약화될 수록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원화가 줄어들고 미국 크레딧 카드로 결제할 시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라면이나 김치, 김 등 한국에서 수입되는 식품과 물건들도 가격 상승 압박을 받게 돼 한인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은 줄어들어 미국 거주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긍정적이다. 또한 한국에서 LA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들의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