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반등·연준 매파 발언 ‘도로 빅스텝’ 우려 키워
미국발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원·달러 환율이 두 달 만에 다시 장중 1,300원을 돌파했다. 잇따라 전망치를 웃도는 물가지표 탓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시간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7원이나 뛰어오른 1,299.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장중 한때 1,303.8원까지 급등하며 지난해 12월20일(1,305원) 이후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1,300원 고지를 넘어섰다. 한때 1,200원 초반대까지 내려간 환율에 안도하던 미국내 한인 유학생들과 주재원들은 향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경우 다시 1,300원 이상으로 환율이 고착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한 상황이다.
예상치를 웃돈 미국의 물가·고용지표가 달러 강세를 부채질하면서 환율을 끌어올렸다. 연방 노동부가 지난 16일 발표한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보다 0.7% 상승하며 시장 예상치(0.4%)를 크게 넘어섰고, 앞서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도 예상치(6.2%)를 웃도는 6.4%를 기록한 것이 긴축 강화 우려를 높여 강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미국의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한 주 새 1,000건이나 줄어든 19만4,000건에 그치고, 연준 위원들의 잇단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도 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달 초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대해 “당시 0.5%포인트 인상 속도를 유지할 설득력 있는 경제적 사실들을 봤다”며 다음 달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미국 최종금리를 바라보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시장의 시각차가 결국 글로벌 시장 변동성을 키우면서 외환시장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1,220원대로 안정됐던 환율은 미국의 고용·물가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시장의 통화 완화 기대가 깨지면서 보름 새 80원 가까이 급등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긴축 불확실성에 따른 달러 강세 흐름이 주식시장의 단기 조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달러 강세가 완화하기 위해서는 물가 안정이나 고용 둔화 둘 중 하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향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 발표될 미국 물가지수, 제조업지수, 고용보고서 등 주요 지표에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