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터진다”
대부분 유학파 출신
대마 등에 경각심 낮아
유통 공급책은 한인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대마나 마약류를 접한 재벌가 자녀들이 한국으로 귀국한 후에도 은밀한 거래를 통해 이를 지속적으로 손대다가 검찰에 무더기 기소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미국에서 건너 간 한인들이 LA 등지에서 마약류를 공급받아 재벌가 자녀들에게 유통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한국 검^경은 미국 수사 당국과 공조해 앞으로 마약류 유입 및 유통망 차단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상습적으로 대마초를 피우고 주변에 판매까지 한 부유층 자제 등 20명을 적발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대마) 혐의로 10명을 구속기소하고, 1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재벌가 자녀들은 남양유업 창업주 손자 홍모(40)씨, 고려제강 창업자 손자 홍모(39)씨, 대창기업 회장의 아들 이모(36)씨 등이다.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7명 중엔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DSDL의 이사 조모(39)씨와 JB금융지주 일가인 임모(38)씨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해외로 도주한 한일합섬 창업주 손자 김모(43)씨 등 3명을 지명수배했다.
이들 외에도 3인조 가수 그룹 멤버인 미국 국적의 가수 안모(40)씨는 대마 매수·흡연·소지뿐 아니라 실제 재배한 혐의까지 받았다. 대마와 같은 마약에 손을 댄 재벌가 자제들의 공통점은 모두 미국 등 해외 유학파 출신이라는 것이다. 부유층 자녀들이 마약에 빠지게 된 것은 유소년 시절에 해외로 유학을 가 어린 나이에 대마 등 마약을 접한 뒤 끊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이들 재벌가 자녀에게 마약을 유통한 공급책이 미국 시민권자인 30대 사업가 이모(38)씨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씨가 미국 유학을 온 재벌가 자녀와 관계를 맺은 뒤 서울로 건너 가 헬스클럽을 운영하면서 ‘이너서클’을 중심으로 장기간 대마 등 마약을 공급해 온 것으로 의심, 그와 연결된 사람들을 추적해 왔었다.
마약과 관련된 재벌가 사례는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9년에는 SK그룹 창업주의 손자 최모(당시 31세)씨, 현대엠파트너스 회장의 장남 정모(당시 29세)씨, 남양유업 창업자의 외손녀 황모(당시 31세)씨,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모(당시 29세)씨 등 내로라하는 재벌가 자제 4명이 마약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이들이 접한 마약류는 필로폰부터 마약 쿠키, 액상 대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당시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씨는 LA발 여객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할 당시 액상 대마 카트리지와 변종 대마 수십 개를 숨겨 들어오다가 세관에 적발돼 경찰 수사를 받았다. 이씨는 대마가 합법화된 LA에서 이 같은 변종 대마를 쇼핑하듯 손쉽게 구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처벌이 약한 점은 논란이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재벌가 자녀들의 경우 거대 로펌을 선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일반 마약사범보다 형량이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LA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LA 공급책-한국 유통책-유학경험이 있는 재벌가 자녀로 이어지는 은밀한 마약 유통망을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국민건강 및 사회안전을 위협하는 마약류 불법 반입을 뿌리뽑기 위해 한국의 수사기관이 미국 당국의 협조를 받아 유통망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