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 미 유학 후 41세 귀국 케이스
미국에 체류 중이었던 병역의무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 내에 귀국하지 않은 경우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이 있다고 보고 공소시효를 정지해야 한다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유사한 상황의 많은 해외 거주 한인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병역법 위반(국외여행허가의무위반)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면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 보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A씨는 중학생이던 1992년 7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남성으로서 병역의무자에 해당하는 A씨는 18세가 될 무렵인 1994년 11월 1995년 10월까지 국외여행 기간연장 허가를 받았다.
구 병역법에 따르면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사람은 허가기간에 귀국하기 어려운 경우 기간만료 15일까지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야 한다.
A씨는 2002년까지 국외여행 기간연장 허가를 받다가 마지막 허가기간인 2002년 12월 31일까지 귀국하지 않았다.
병무청은 2003년 두 번에 걸쳐 A씨의 귀국보증인인 외할아버지 등에게 미귀국통지서를 송부한 뒤 A씨를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A씨는 그 후 비자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법체류 상태로 미국에 거주하다가 41세가 되는 2017년 4월 한국에 입국했다. 검찰은 A씨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병역의무자로서 국외여행허가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정당한 사유 없이 미국에 체류하며 결과적으로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A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며 1심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면소 판결했다. 최종 국외여행허가기간인 2002년 12월 31일을 범행 종료일로 보고 공소시효 3년이 이미 완성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었다는 점에 대한 증명이 없어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이 사건 범행은 정당한 사유 없이 허가된 기간 내 귀국하지 않은 때에 성립함과 동시에 완성되는 ‘즉시범’이라고 보고 공소시효는 국외여행허가기간 만료일부터 진행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A씨가 공소시효 정지사유인 ‘형사 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가 4차례에 걸쳐 기간연장허가를 받아온 점, 병무청이 귀국보증인들에게 미귀국통지서를 송부한 점, A씨가 학업 중단 후 비자연장이 불가능해졌음에도 불법체류 상태로 입영의무가 면제되는 연령을 초과할 때까지 미국에 거주한 점 등에 비춰볼 때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이 있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