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
‘이태원서 심정지 추정 환자 50여 명 발생’, ‘이태원 압사 참사 59명 사망’, ‘이태원 100명 추가 사망 가능성’….
토요일이었던 지난 10월 29일(한국시간) 늦은 밤 숨 가쁘게 전해진 긴급 속보는 모두의 눈을 의심케 했다.
핼로윈을 앞둔 주말을 맞아 이태원 거리에 인파가 몰렸고 해밀톤호텔 옆 좁은 골목길에서 158명이 숨지고 198명이 다치는 압사 참사가 벌어졌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대규모 인명 참사는 2022년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긴급 위기 상황에서 톱니가 맞물리듯 빈틈없이 돌아가야 할 국가 시스템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
경찰은 11월1일 501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참사 원인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여러 분야의 국가기관의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
경찰은 압사 사고가 날 것 같다는 112신고를 참사 발생 약 4시간 전부터 13건 접수하고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서울경찰청의 112상황실에서 서울경찰청장, 경찰청장으로 신속히 이뤄져야 할 긴급 상황보고도 지연되면서 부실 대응으로 이어졌다. 핼러윈 안전 대책 관련 경찰 보고서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도 수사로 드러났다.
용산구청은 핼러윈을 맞아 이태원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측했으면서도 사전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소방당국도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선상에 올랐다.
특수본은 어느 한 책임자의 결정적 과실이 아닌 여러 기관의 실책과 오판이 모여 참사에 이르렀다는 법리를 구성해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릴 계획이다.
원인을 규명해 재발 방지책을 세우고 유족을 위로해야 하는 정치권은 비극 앞에서 정책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대신 이번에도 갈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양측이 합의했지만 야당이 본회의에서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통과시키고, 국민의힘 소속 특위 위원들이 이에 반발해 전원 사퇴하면서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참사 당시 많은 시민이 인파에 갇힌 사람을 구조하고 심폐소생술(CPR) 등 구조활동에 뛰어드는 시민의식이 빛난 장면도 있었으나 한국 사회의 병폐가 원색적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다른 한편 인구밀도가 유난히 높은 한국 사회 특성상 그동안 과밀 상황에 내재한 위험에 무뎌졌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동안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이 일촉즉발의 위기를 안고 달렸다는 지적은 특히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전문가들은 유례없는 비극을 극복하려면 전 사회적인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제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