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부터 소득>소비”
한국 국민은 29세부터 소득이 소비보다 많아지는 흑자 인생에 처음 진입해 43세에 정점을 찍은 후, 58세부터 다시 적자 신세에 접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없는 유년기엔 주로 부모가, 노년기엔 국가가 적자를 메워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22일 이 같은 내용의 ‘2015년 국민이전계정 개발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국내총생산(GDP)을 집계할 때 사용되는 국민계정자료를 활용해 연령대별 소득과 소비수준을 집계한 자료다. 최바울 통계청 경제사회통계연구실장은 “1인당 GDP가 3만 달러면 모든 국민이 3만 달러의 소득을 가진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지만 실제론 연령대별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먼저 2015년 기준 0~14세 유년층은 118조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득은 없는데, 소비가 118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년층 역시 81조6,000억원의 적자(노동소득 19조6,000억-소비 101조2,000억원)였다.
반면 15~64세 노동연령층은 유일하게 87조원 흑자(소득 733조2,000억-소비 646조2,000억원)를 거뒀다. 1인당 생애주기 별로 보면 ‘적자(0~28세)→흑자(29~57세)→적자(58세 이상)’의 3단계 구간이 나타났다. 1단계에서 16세에 적자 폭(2,460만원)이, 2단계 구간에선 43세 때 흑자 폭(1,306만원)이 가장 컸다. 젊은 시절 열심히 돈을 벌어 유년기와 노년기 때 먹고 사는 구조인 셈이다.
소득이 없거나 부족한 유년층과 노년층은 정부나 부모로부터 소득을 지원 받아 소비를 유지했다. 노년층은 △공공이전(기초연금, 의료비 지원 등) 49조원 △민간이전(부모 부양 등) 26조원 △자산재배분(이자ㆍ배당소득 등) 7조원 등을 통해 81조6,000억원의 적자를 메웠다. 유년층의 소비재원 또한 민간이전(자녀양육ㆍ63조원)과 공공이전(공교육 및 보건 등ㆍ57조원)이 대부분이었다. 노년층 부양은 국가가, 유년층 양육은 부모가 주로 담당하는 구조인 셈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미국은 노년층이 (젊은 시절 축적한) 자산을 토대로 사는 반면, 유럽은 정부의 노후소득 보장이 잘 돼 있다”며 “우리는 유럽과 미국의 중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국가책임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문재인 케어) 등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노년층에 대한 공공이전 규모는 계속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통계청은 노년층의 의료비 증가가 재정에 상당한 위협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지원하는 노년층의 공공보건소비 규모는 2010년 약 13조9,300억원에서 2015년 23조1,000억원으로 5년 새 66% 급증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노년층 의료비가 민간이든 공공이든 계속 늘어나는데 (향후 노년층 인구가 증가하는 부분을 고려하면) 감당할만한 수준인지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통계에선 취업난과 고령화의 여파도 감지된다. 1인당 총소득에서 총소비를 뺀 값이 적자가 되는 연령이 2010년 56세→2011~2013년 57세→2014~2015년 58세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노후를 준비하지 못해 은퇴를 미루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1인당 총소득이 총소비를 앞질러 흑자가 되는 연령은 2010년 27세에서 2015년 29세까지 상승했다. 청년층이 취업하는 시기가 점차 늦어지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