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계속 다녀도 재발을 하니 진짜 고민이에요.”
대전에 사는 30대 김모씨는“병원에서 처방한 항생제를 먹어도 그때만 반짝 좋아질 뿐”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날씨가 쌀쌀해진 최근에도 같은 문제로 병원을 다녀온 김씨는“치료에 좋다고 해서 질 유산균도 먹고 있다”며“지긋지긋한 질염과 정말 이별하고 싶다”고 토로했다.‘여성 감기’라 불리는 질염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다시 늘고 있다. 겨울철은 추위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하기 쉽고, 두껍게 옷을 입으면 통풍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질염 환자 약 170만 명
비누 등으로 씻는 것은 금물
플라즈마 우먼케어 등 신기술 개발도
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질염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은 약 169만9,000명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8만2,00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35만3,000명)와 40대(33만8,000명)가 뒤를 이었다. 월별로 보면 날씨가 가장 더운 8월에 환자 수가 약 22만2,000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9월 들어 20만 명대로 하락했다. 그러나 날씨가 추워질수록 환자 수도 증가해 같은 해 12월 환자 수(21만9,000명)는 정점을 기록한 8월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다.
질염을 판단하는 기준은 질 분비물이다. 분비물의 양이 늘거나 덩어리 형태 또는 거품이 있는 점액 형태의 분비물이 나온다면 질염으로 볼 수 있다. 좋지 않은 냄새가 나거나 가려움증, 성관계 시 통증도 질염 증상이다.
질 안에 있는 세균은 대부분 호기성이며, 가장 주된 세균은 과산화수소를 생성하는 젖산균이다. 젖산균은 젖산을 생산해 질 안의 산성도를 4.5 안팎으로 유지, 외부로부터 들어온 나쁜 세균이 증식하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낮아져 이러한 질 내 환경에 변화가 생기면 세균 감염에 의해 염증(질염)이 발생하게 된다.
질염은 크게 감염성 질염과 비감염성 질염으로 나뉜다. 감염성 질염은 주로 세균이나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며, 비감염성 질염보다 발생률이 높다. 세균성 질염은 질 내 세균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생기는데, 유익한 젖산균이 줄고 미미하게 존재하던 혐기성 세균이 1,000배까지 늘면서 앓게 된다. 감염성 질염 중 하나인 칸디다성 질염은 칸디다 알비칸스라는 진균(일종의 곰팡이)의 감염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증상은 외음부와 질의 가려움증·화끈거림이다. 흰색 덩어리 같은 질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비감염성 질환에는 위축성 질염이 있다. 폐경을 전후해 질 점막이 얇아지고 분비물이 적어져 앓게 된다. 주로 50~60세 이상의 여성에게 나타난다.
질염을 앓고 있을 때 질 내부까지 과도하게 씻는 것은 금물이다. 편승연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 내 환경은 약산성으로 유지되는 게 좋기 때문에 알칼리성인 비누의 사용은 질 건강에 좋지 않고, 세정제도 오히려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질 내부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미생물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서다. 질의 산도가 깨지면 몸에 해로운 혐기성 세균의 증식이 늘어나고, 반대로 이로운 호기성 세균이 소멸되면서 질염에 취약한 환경이 된다. 편 교수는 “시중에 판매되는 외음부 세정제를 질 내에 사용하면 안 된다”며 “반드시 외음부 세정제(화장품류)와 질세정제(일반의약품)를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질염 증상을 방치하거나 치료를 제때 받지 않는 경우 초기 질 부위에 국한돼 질염을 일으키던 세균이 자궁과 골반, 난소까지 퍼지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그로 인해 자궁내막염과 복막염, 난소염, 골반염, 방광염 등을 앓게 될 수 있다.
질염이 자주 재발해 장기간 약물을 복용한 경우, 항생제 내성으로 치료가 까다로울 수 있다. 류기영 한양대구리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정제는 질 내 세균·곰팡이를 없애는 게 목적이지만 플라즈마 우먼케어는 세균을 없애면서 질 내 환경을 개선시키기 때문에 재발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플라즈마 우먼케어는 지난해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라 지정된 평가유예 신의료기술로, 플라즈마 활성수를 이용해 질 내 세균·진균을 씻어내고,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쬐어 질 내 잔여 세균까지 제거하는 기술이다.
<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