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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발급 거부, 법원에서 뒤집을 수 있을까?

  • 광고·행사
  • 그늘집
  • 2026-05-04 12:10:47

 

여권 발급 거부, 법원에서 뒤집을 수 있을까?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나 유학생, 또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분들 중에는 예상치 못한 여권 발급 거부로 곤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수사기관의 ‘기소중지’ 상태라는 이유로 외교부가 여권 발급을 거부하는 사례는 실무상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처분은 반드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여권 발급 거부 처분에 대해서는 법원에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소중지 상태를 먼저 해소해야만 가능한 절차는 아니며, 상황에 따라 병행하여 진행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제로 법원은 외교부의 처분을 그대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린 사례도 존재합니다.

행정소송이 가능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 외교부의 법 적용이 타당한지에 대한 판단입니다. 여권법은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발급 거부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단순히 기소중지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기소중지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볼 개연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둘째는 재량권 남용 여부입니다. 여권 발급 여부는 외교부의 재량에 속하지만, 그 재량은 무제한이 아닙니다. 법원은 공익과 개인의 불이익을 비교하여, 여권 발급 거부로 인해 신청인이 과도한 피해를 입는 경우라면 처분을 취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제로 법원의 판단에 따라 외교부의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거부 처분이 취소된 사례도 있습니다.

물론 외교부의 입장도 이해할 필요는 있습니다. 신청인이 실제로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직접 확인할 권한이 없기 때문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러한 행정 편의와 별개로, 국민 개인에게는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는지를 따질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여권 발급이 단순한 행정 서비스가 아니라 헌법상 기본권과 연결된다는 사실입니다. 대법원은 여권을 해외여행의 자유, 나아가 거주·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권리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고 그 제한은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명확히 판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기소중지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여권 발급이 자동적으로 거부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각 사안별로 법률 요건 충족 여부와 처분의 비례성을 따져볼 여지가 충분히 존재합니다. 만약 여권 발급 거부로 인해 학업, 취업, 가족 문제 등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한다면, 단순히 기다리기보다는 법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여권은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개인의 이동과 삶의 기회를 좌우하는 중요한 권리입니다. 그 권리가 부당하게 제한되었다면, 법원은 그 마지막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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