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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국적 변경은 배신?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0 16:07:37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LA미주본사 논설위원, 국적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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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는 탁구 선수가 3,0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국제 탁구대회의 국가 대항전이 실제로는 ‘중국 대 중국’ 대결로 벌어지는 예가 적지 않다. 파리 올림픽에 중국계 선수가 대표로 나온 나라가 10개국 이상이었다는 말도 있다. 

여자탁구 동메달 결정전을 TV로 본 한인들은 의아했을 지 모르겠다. 독일과의 경기라고 들었는데 중계화면에 나온 복식조는 중국 선수들이었다. 

한국 대표도 셋 중 두 사람은 중국에서 귀화한 선수였다. 미국 대표로 출전한 UCLA 여학생 두 명도 중국계, 60세 전후의 중국계 선수들이 출전한 유럽과 남미 국가도 있었다.

종목을 양궁으로 돌리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번에는 한국 차례-. TV 화면에 상대팀 감독으로 한국인의 모습이 잡힐 때가 많다. 이런 일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말라위에 처음 양궁을 전한 이도 한국인 코치였다. 그녀는 사탕 수수대로 과녁을 만들어 훈련시킨 선수를 올림픽에까지 출전시켰다. 이탈리아, 싱가포르 등을 거쳐 지금은 부탄 양궁 대표팀 감독인 것으로 나와 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런 양궁인이 적지 않다.

양궁에 앞서 태권도가 있다. 파리 올림픽 태권도의 태국 선수는 금메달을 딴 뒤 한국인 감독에게 큰 절을 하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우즈벡의 첫 태권도 금메달리스트는 대회 직전 사고로 숨진 한국인 코치에게 영광을 돌렸다.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지만 더 이상 태권도 최강국은 아니다. 태권도 실력의 평준화 뒤에는 세계 각국에 뿌리내린 한국인 사범들이 있다.

축구도 한국의 수출종목이 됐다. 동남아 여러 나라 대표팀을 한국인 감독이 맡아 서로 경쟁하고 있다. 쇼트 트랙은 말할 것도 없다. 감독과 선수가 한국계인 때가 드물지 않다. 러시아와 중국뿐 아니라 팀 USA 에서도 쉽게 한국 이름을 찾을 수 있다. 

이런 예를 길게 늘어놓는 것은 스포츠에서 국적을 따지는 속 좁은 애국주의는 이제 의미가 바래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국적에 관계없이 선수들의 인간 승리 스토리에 주목하는 것이 바른 관전법으로 보인다.

국적 변경을 ‘배신’으로 여기는 정서가 있다면 심각하게 잘못된 것이다. 

어릴 때 미국에 왔으나 40여년 간 한국 국적을 유지했던 한 50대 여성은 몇 년 전 국적을 바꿨다. 트럼프 때였다. 이민자들에게는 공포 시대였다. 음주운전 기록 때문에 영주권자가 추방당했다는 등 흉흉한 말들이 떠돌았다. 한인 노인들 사이에 시민권 공부 붐이 일던 때도 있었다. 영주권자의 사회보장 혜택을 박탈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 시민이 돼야 선거권도 생긴다. 

친한파 의원들의 지역구를 보면 이들이 왜 친한파 일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지역구의 한인 유권자 파워가 만만하지 않은 곳이다.

반면 한국 국적을 유지하려 한 이유 중에는 서울에 아파트 한 채라도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외국 국적이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국적을 ‘애국’의 척도로 여기는 생각은 어리석다. 

이번 올림픽 골프에서는 리디아 고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어릴 때 이민 간 그는 뉴질랜드가 키워낸 선수다. 오늘이 있기까지 알게 모르게 뉴질랜드 이웃들의 성원이 컸다고 들었다. 정상에 올랐다고 한국으로 국적을 바꾼다? 그게 오히려 이상하게 비칠 수 있다.  

20여년 전 LPGA에서 잠시 활약한 송나리, 아리 자매를 기억할 지 모르겠다. 한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골퍼는 미국 언론에는 ‘태국 선수’로 보도됐다. 이 때문에 마음 고생이 심했다. 아버지가 신문사에 전화로 항의하고, 하소연했던 기억이 있다. 

한국계가 뉴질랜드, 태국에서도 이렇게 잘 하니 자랑스럽다는 응원의 마음이 바른 것이다.

파리 올림픽에서 선전한 외국 국적 한국계 선수에게 쏟아진 일부 네티즌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이를 한국민 일반의 정서라고 하기는 어렵겠으나 이런 생각은 고쳐져야 한다. 

문화적 후진성 말고 다른 말로 설명이 어렵다.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한국내에서는 이런 지적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치인은 물론, 언론이나 이른바 지식인도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맞지 않아요, 고쳐야 합니다’라고 지적하는 이가 없다. 

득 될 게 없고, 자칫 벌떼 같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밖에서라도 기회 되는 대로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다.

 <안상호 LA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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