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고 짠 자극적 음식, 아질산염 등 발암물질 많아
국물 요리를 좋아하는 직장인 A씨는 겨울이어서 행복하다. 날씨가 추워져 뜨끈한 국물 요리를 먹기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물 요리를 자주 섭취하다간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국물 요리는 요리의 특성상 염분(나트륨) 함유량이 높은 음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위암이 많이 발생하는 나라다. 국가암정보등록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에서 발생한 암(24만7,952건) 가운데 위암은 2만6,662건으로, 한국내 전체 암 발생의 10.8%(4위)를 차지했다. 위암 발병률이 높은 원인으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과 함께 짠 음식이 많은 식문화가 꼽힌다.
장재영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식습관이 위암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짜고 자극적인 음식에는 아질산염 같은 발암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과다 섭취하면 위 점막에 염증을 초래해 ‘샘암종(adenocarcinoma)’을 유발할 수 있다”고 했다.
샘암종은 위 점막에서 발생해 대부분 위암의 원인이 된다. 위 점막 염증이 지속되면 위 세포가 파괴돼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위 상피세포에 염증이 생겨 이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 상피세포를 바뀌는 것)으로 악화할 수 있다. 위암을 일으키는 전암 병변으로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위암 초기에는 대부분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에 자각하기 쉽지 않다.
장 교수는 “위암은 내시경검사로 정확하고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고, 우리나라의 조기 위암 완치율은 95% 이상으로 높으므로 속 쓰림·소화장애 등이 생기고 최근에 내시경검사를 받은 적이 없다면 임의로 약물을 복용하기보다 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했다.
위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식습관에 주의해야 한다. 장 교수는 “특히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 섭취를 줄이고, 항산화 효소와 식이섬유 등 함유량이 높은 과일, 채소를 섭취하는 등 식습관을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국물 요리에 들어 있는 염분은 고혈압 환자에게도 좋지 않다. 고혈압은 식사 습관 개선, 규칙적인 운동, 금연 등 생활 요법을 병행해야 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하지만 겨울철에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혈압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실내외 온도차로 인해 오르락내리락하는 혈압, 추위로 인한 활동력 감소와 과도한 나트륨 섭취 때문이다.
우종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갑작스러운 추위는 교감 신경계를 활성화시키고, 혈관 수축과 함께 혈압을 상승시킨다”며 “단순히 혈압 상승에 끝나지 않고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했다.
우 교수는 “특히 저염 식단의 생활화를 통해 나트륨 섭취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에게 겨울철은 매우 힘든 계절”이라고 덧붙였다.
적정한 나트륨 섭취량은 식품 100g당 나트륨 120㎎ 미만이다. 뜨끈한 국물이 포함돼 있는 국밥과 찌개류 대부분은 나트륨 함유량이 매우 높다. 나트륨이 많이 첨가된 음식을 즐겨 먹으면 단 음식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높아져 과체중, 비만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우 교수는 “장기간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상승된 상태로 유지되면 심부전·뇌졸중·만성콩팥병 같은 합병증은 물론 목숨을 잃을 수 있기에 겨울철 혈압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염분의 과다 섭취는 혈압을 올리므로 국밥·찌개류 섭취를 줄이고, 실내외 온도차가 많이 나지 않도록 얇은 옷을 여러 겹 걸쳐 입거나 따뜻한 실내에서 추운 외부로 나갈 때는 보온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