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법 개정 착수
한국 정부가 현행법을 개정해 한국 국적을 갖고 외국에 거주 중인 영주권자, 유학생 등 재외국민의 비대면 진료를 전격 허용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했다는 판단에서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국시간 27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신산업 분야 규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의료법을 개정해 재외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현재 시범 운영 중인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에 재외국민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당초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대상은 의원·재진 환자를 중심으로 허용됐다. 추 경제부총리는 “규제 샌드박스로 안전성이 검증된 재외국민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고 국내 시범사업 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의사와 환자 간 비대면 진료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단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초부터 올 5월까지 비대면 진료를 한시 허용했다. 이후 정부는 6월부터 시범사업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한적으로 운영해왔다. 특히 초진의 경우 허용 대상이 장애인, 섬·벽지 주민 등으로 한정됐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유학생·여행객 등 해외에 머무는 자국민도 초·재진과 무관하게 한국 병원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개선 및 제도화를 통해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 증진에 기여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단 의료계의 반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의료계는 재외국민의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 향후 책임 소지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국제법상 문제가 될 요인도 적지 않다는 입장이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편의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국 의료비를 고려하면 재외국민의 비대면 진료 이용량이 폭증할 것”이라며 “국내 환자를 돌보는 영역을 소홀히 하고 비대면 진료로 영리만 노리는 왜곡된 형태의 의료기관이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로) 처방전과 전문의약품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해외 의료법과 충돌할 위험 요소도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