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개인적 묵상과 영성 결여되기 때문”
최근 미국 성인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생각을 묻는 설문 조사가 실시됐다. 조사에서 많은 교인들은 목회 사역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한국에서도 한국 내 개신교인을 대상으로 비슷한 설문 조사가 진행됐는데 한국 교인의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생각도 미국 개신교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기독교 전문 조사기관 목회데이터 연구소와 지앤컴리서치가 ‘챗GPT에 대한 성도 인식’이란 주제로 지난 5월 한국 내 19세 이상 개신교인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교인과 목회자가 챗GPT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에 대해 물었는데 교인 중에서는 약 60%가, 목회자 중에는 약 80%가 ‘알고 있다’(구체적 또는 어느 정도)라고 답했다.
챗GPT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비율은 교인이 20%로 목회자(15%)보다 높았다. 반면 챗GPT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는 비율은 교인이 약 15%였고 목회자 중에서는 2%로 거의 대부분의 목회자가 챗GPT의 존재를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챗GPT를 월 1회 이상 사용한다는 목회자는 22%로 대부분 목회자는 챗GPT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챗GPT를 사용하는 목회자는 설교와 강의 자료 검색 용도(80%)로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했고 성경 공부 준비(29%), 교회 행사 기획(20%), 설교문 작성(18%) 등의 목적으로도 챗GPT가 사용되고 있었다.
목회자 5명 중 1명이 챗GPT를 목회 사역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한국 교인들의 생각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특히 설교문 작성을 위한 챗GPT 사용에 대한 반감이 높았는데 교인 중 약 64%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교인들이 목회자가 챗GPT를 사용해 설교문을 작성하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는 영성과 노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목회자의 챗GPT 사용을 반대하는 교인 중 58%는 설교 준비에 필요한 개인적인 묵상과 연구가 결여된다는 생각을 밝혔고 약 34%는 설교자의 생각과 노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챗GPT를 사용해 설교문을 작성했을 때 표절을 우려하는 교인도 약 5%였다. 목회자의 챗GPT 사용에 긍정적인 교인은 참고 성경 구절·문헌 검색 시간 절약, 효율적인 설교 준비에 도움, 더 나은 설교문 작성 등의 목적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개발자 사이에서도 챗GPT 등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윤리적 문제점이 많이 우려되고 있다. 한국 내 개신교인 역시 챗GPT 기술을 목회 사역에 접목했을 때 발생가능한 여러 윤리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챗GPT가 목회자의 역할을 대체할 것을 우려한 교인이 33%로 가장 많았고 가짜 뉴스와 가짜 정보 생성(25%), 저작물·정보 무단 도용(16%), 오작동(13%)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반면 교인들은 교회 행정 전산화, 회계 및 예산 관리, 교회 정보 안내 등의 목적으로 챗GPT를 사용하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챗GPT의 미래에 대한 교인의 생각을 알면 향후 챗GPT가 목회 사역에 얼마나 활용될지 가늠할 수 있다. 목회자가 설교를 준비할 때 챗GPT가 필수적인 도구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교인은 약 23%였고 제한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교인은 약 62%였다. 설교 준비를 포함한 목회 사역에서 챗GPT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한 교인이 89%로 대부분 교인이 목회자에 의한 챗GPT 사용이 보편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준 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