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선 유지될 듯…글로벌IB들 전망올려
원·달러 환율이 올해 1,300원선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당초 연말로 갈수록 달러화 가치가 빠르게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 무색할 만큼 중장기 전망이 변한 것인데 한인 비즈니스 업계도 달라진 시장에 적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4.3원 내린 1,325.7원에 마감했다. 이날은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7%로 시장 예상치(3.6%)를 웃돌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경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환율이 소폭 하락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 환율은 지난해 연준의 고강도 금리인상에 13년 만에 1,400원을 넘어서 1,442.2원(10월25일)으로 고점을 형성한 바 있다. 이후 연준이 긴축 속도를 조절하면서 하락 전환해 작년 연말에는 1,200원대 후반까지 밀리면서 올해에도 지속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정작 연말이 다가온 지금에는 1,300원 위에서 재상승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IB) 중에서는 올해 1,300원 선이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상황이다. 노무라와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HSBC, 바클레이즈, RBC 등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높게 보고 있는데 예상 밴드는 1,320~1,345원 선이다.
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이유로는 한국 수출의 부진이 꼽힌다. 기본적으로 통화 가치는 해당 국가의 경제력에 기반하는데 한국 경제의 바로미터인 수출이 예상보다 크게 나쁜 상황이라 반전 모멘텀이 밀리고 있는 것이다.
한인 비즈니스 업계에서는 원·달러 상승(달러 강세)이 전반적으로 반가운 상황이다. 달러로 한국 상품을 사와서 미국에 파는 무역업체들이 많은데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전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들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무역업체들의 경우 향후 원·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다면 지금이 적절한 물건 구매 타이밍일 수 있다. 관광 업계의 경우에도 미주 한인들이 한국에 여행을 갈 때 더 부담 없이 소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여행객 증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달러 강세로 한국에서 달러를 환전해 원하로 사용하거나 미국 발행 크레딧 카드를 사용할 때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반대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 미국에서 살아야 하는 유학생이나 주재원들에게는 부정적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송금하는 부담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오는 관광객의 수요에도 악재가 될 수 있다.
<이경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