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로 어린애 같아지는 딸…"'리버스 육아'에 관한 이야기"
"환우·가족들에 위로 전하고 싶어"…"안성기는 지미 페이지 같은 배우"
30대라는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딸과 아버지의 동행을 그린 '카시오페아'는 신연식 감독의 전작과는 사뭇 다르다.
작가 지망생이 하루아침에 전설적인 소설가가 되면서 펼쳐지는 '러시안 소설'(2013), 한국 교회의 모습을 담은 '로마서 8:37'(2016) 같은 영화보다 많은 보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25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상업영화라는 구분을 짓고 시작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제가 독립영화로 만든 작품들보다 공감의 면적이 훨씬 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틀스 노래로 치자면 '예스터데이'나 '노르웨지안 우드' 같이 짧고 간결한 작품이에요. 단순한 구조 안에서 다양한 층의 이야기가 느껴지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꾸밈은 최대한 배제하려 했죠."
'카시오페아'는 유능한 변호사이자 엄격한 엄마인 수진(서현진 분)이 젊은 나이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면서 겪게 되는 삶의 변화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일하느라 수진의 곁에 있어 주지 못했던 아버지 인우(안성기)는 점점 어린아이처럼 변해가는 딸의 곁을 지키며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 감독은 "알츠하이머를 소재로 한 작품인 만큼 실제 환우분들이나 그 가족분들께 혹시나 상처가 되는 묘사나 장면이 있을까 신경 쓰며 만들었다"면서 "그분들께 이 영화가 위로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작품 연출에 있어서는 '리버스 육아'에 가장 큰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육아는 아이가 점점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부모가 옆에서 지켜보는 것인데 비해 이 영화에서는 성장이 아니라 그 반대로 진행된다.
또 그런 '육아'를 인우와 수진의 관계로만 국한짓지 않았다고 했다.
"이 영화에는 인우, 수진, 지나(주예림)까지 3대가 나오지만 사실 인우의 어머니까지 4대에 걸친 이야기예요. 살아가는 매 순간 누군가 내 빚을 갚고 있고, 나도 누군가의 빚을 갚고 있다는 인우의 말은 (인우) 어머니의 말씀이거든요. 4대에 걸쳐 양육의 결과로서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형태가 담겨 있습니다."
영화 '페어러브'(2010) 이후 안성기와 10여 년 만에 재회한 신 감독은 이번 작품의 구상 단계부터 안성기를 주연으로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집필했다고 밝혔다.
그는 안성기에 대해 "(기타리스트) 지미 페이지처럼 굉장히 정확하고, 간결하고, 똑 떨어지는 음을 내는 배우"라면서 "이번 작품에서는 훨씬 자유롭고 편안하게 연기를 하셨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극찬했다.
서현진에 대해서도 "정말 잘하고 열심히 하는 배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더 훌륭하고 좋은 배우였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인간관계는 서로 무언가를 주고받기 때문에 균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100% 제가 의도한 대로 만들었기에 만족스럽습니다. 관객분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