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화긴축·중국 봉쇄, 우크라전 등 악재 겹쳐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올라 한국시간 27일 개장과 함께 장중 1,26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15분 현재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무려 11.7원이 오른 1,262.5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장보다 10.7원 오른 1261.5원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달러당 1,260원선을 넘어선 것은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 24일 이후 2년 1개월 만이다.
달러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 긴축 행보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는 102선을 넘어 2020년 3월 이후 최고치로 상승했다.
중국이 오미크론 확산을 막기 위해 상하이는 물론 수도 베이징 일부 지역까지 봉쇄 조치를 확대하면서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점도 위험 회피 심리를 자극했다.
이에 앞서 한국시간 26일에는 환율이 전일 대비 0.9원 오른 1,250.8원에 거래를 마치며 1,250원을 다시 넘어섰다.
이날 1,249.5원에 거래를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오전 한때 중국 위안화 가치 상승과 달러 매도 물량 유입으로 1,245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오후 들어 다시 상승 전환하며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3월23일(1,266.5원) 이후 2년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행보와 위험회피 심리 강화로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단기 급등에 따른 외환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진 것은 환율 상단을 억제하는 요인이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중국의 봉쇄조치가 글로벌 공급망을 훼손하고 경기둔화로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 시장이 달러 매수로 대응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해 1분기 하루 평균 외환 거래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 거래 동향에 따르면 1분기 외국환은행의 일평균 외환거래액(현물환·외환파생상품 거래)은 655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570억4,000만 달러)보다 14.9%(85억1,000만 달러) 불어난 것으로 2008년 통계 개편 이후 최대치다. 한은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와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 강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외환 거래가 늘었다”며 “우리나라의 수출입 규모가 커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