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코드 문화적 차이 커…해외 겨냥하면 한국 시청자엔 생소"
"치밀한 기획·섬세한 연출 필요"…'솔로지옥' 대표적 성공사례
'오징어 게임'과 '지금 우리 학교는' 등으로 K-드라마 열풍의 중심에 섰던 넷플릭스가 한국 오리지널 예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넷플릭스는 2018년 '국민 MC' 유재석을 내세운 '범인은 바로 너!'를 시작으로 최근 공개한 '셀럽은 회의 중'까지 4년간 다양한 예능을 선보여왔지만, 데이팅 리얼리티쇼 '솔로지옥'을 제외하고는 좀처럼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예능의 경우 영화·드라마와 달리 언어와 문화의 장벽이 높다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글로벌 전략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웃음 코드는 국가별 차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전 세계 시청자를 타깃으로 프로그램을 만든다 해도 한국 예능이 다른 문화권에서 반향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국내 시청자들로서도 기존 예능과 다른 문법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 생소해 몰입이 어려운 측면도 있다.
실제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예능은 제작 단계부터 해외 시청자를 염두에 두고 기획되면서 프로그램 포맷과 편집 방식 등이 기존 예능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국내 시청자를 대상으로 한 '서울체크인'은 '여성들의 워너비'인 스타 이효리에 대한 대중 인식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시청자들은 여성 솔로 가수로서 정상에 오른 모습, 제주도에서 동물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모습 등 이효리의 다양한 모습을 익히 알고 있기에 그가 엄정화 등 지인들과 만나 나누는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서 특별함을 찾아내고 재미를 느낀다.
하지만 '먹보와 털보'는 비와 노홍철이라는 두 스타의 국내 위상이나 지나온 삶의 이야기보다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전국 팔도를 누비며 식도락 여행을 떠난다는 콘셉트를 담는 데 그쳤다. '스타 PD' 김태호의 첫 OTT 예능인데도 크게 주목받지 못한 이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토종 OTT에 올라가는 예능들은 일차적인 시청자층을 우리나라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만 넷플릭스는 그렇지 않다"면서 "좀 더 글로벌 지향적이어서 국내 시청자에게는 낯설게 다가온다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솔로지옥'의 성공 사례를 들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소재와 배경에서 국적성을 지우면서도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등 한국적인 맛도 동시에 살렸다는 것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웃음 코드는 지역마다 많은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로컬 콘텐츠를 세계화하겠다는 넷플릭스 전략이 예능에도 적용되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면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