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편집자로 근무하는 김지수씨(46·가명). 언제부턴가 멀리 있는 간판 글씨가 겹쳐 보이고, 뿌옇게 보일 때가 늘어 문서 작업이 버거워졌다. 단순 노안 증상이라 여겨 버티다 두통까지 심해지자 병원을 찾았다가 백내장 진단을 받았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안구 내 수정체가 혼탁하게 변하는 안과 질환이다. 수정체가 빛을 잘 통과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안경이나 돋보기를 착용해도 시력이 개선되지 않고,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안개 낀 것처럼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눈의 피로감이 심해지면서 두통, 현기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지난해 백내장수술 72만2,621건 시행…국내‘최다’
40~50대 백내장수술 건수 급증…진단·치료시기 빨라져
안구 상태·생활환경 등 고려…단초점·다초점렌즈 선택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꼽히던 백내장은 발병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어나고 자외선 과다 노출 등으로 눈의 피로도가 높아진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컴퓨터 모니터와 TV, 스마트폰 등에서 발생하는 청색광(블루라이트)이 백내장 등 안질환을 유발하는지 여부는 논란이 많다. 지난 2018년 미국 톨레도대학 연구진이 쥐의 망막세포로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를 발표하며 “청색광이 망막세포를 변성시켜 시력저하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안과학회는 인정하지 않았다. 태양빛에서 노출되는 청색광이 전자기기에서 발생하는 양보다 훨씬 많고, 동물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이 눈 건강에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는 데 대해선 공감대가 형성된다. 외상, 당뇨병, 포도막염, 아토피 피부질환,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의 장기 사용은 수정체 손상을 촉진하고 백내장 발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 요인이다. 유전적 요인에 의해 선천적 백내장을 앓는 경우도 있다.
백내장이 일단 발병하면 수술을 통해서만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초기에는 단백질의 변성을 막는 약물치료를 시도하기도 하지만 진행 속도를 늦출 뿐, 회복시키진 못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 중 불편감이 커질 정도로 진행되면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렌즈로 교체하는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한다. 고령화 추세와 더불어 백내장수술 시행 건수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시행된 백내장수술은 70만 2,621건으로 5년 연속 가장 많았다. 전체 수술 195만 3,665건 중 백내장 수술 비중이 36.0%에 달한다. 2016년 51만 8,663건 이후 연평균 7.9%씩 증가했다. 40~50대에 수술을 받는 환자도 부쩍 늘었다. 지난해 9만 명이 넘는 환자가 50대에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40대에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는 1만 9,942명으로, 40대 전체 수술 인원(17만 5,697명)의 11.4%를 차지했다.
백내장수술은 눈 부위에만 국소마취를 시행하고 대개 30분 이내에 완료된다. 기존 렌즈의 단점을 보완한 인공수정체의 등장으로 수술 만족도도 한층 높아졌다. 과거에 많이 쓰이던 단초점 렌즈는 원거리나 근거리 중 하나만 선택해 시력을 교정할 수 있었기 때문에 수술 후에도 안경, 돋보기 등을 착용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따랐다. 반면 근거리와 중간 거리, 원거리 등 여러 개의 초점을 갖는 다초점 렌즈는 다소 비싸지만 수술 후 별도의 시력 교정장치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근거리, 원거리 시력을 모두 개선하기 때문에 백내장 수술로 노안·난시 교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초점 렌즈는 다시 이중초점, 삼중초점, 연속초점 등으로 나뉜다. 전문의와 상의를 통해 개인의 생활환경과 상태를 고려한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백내장 외에 다른 안과 질환이 동반된 경우 다초점 렌즈의 효과가 떨어질 수도 있다. 박규형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교수팀은 최근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면 향후 망막 수술 난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하고, 망막 질환이 있는 환자는 단초점 렌즈 삽입이 유리하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 총무이사를 맡고 있는 정소향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다초점 렌즈를 삽입하면 대부분 안경 없이 근거리, 중간 거리, 원거리 시력을 개선할 수 있지만 빛이 나누어 들어가기 때문에 단초점 렌즈에 비해 선명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며 “수술 전 환자의 눈 상태를 꼼꼼히 검토하지 않으면 노안 교정도 안되고 빛번짐, 겹쳐보임 등의 증상으로 단초점 렌즈로 교환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에 따라서는 양 눈에 다른 종류의 렌즈를 삽입해 만족스러운 결과를 유도하기도 한다. 정 교수는 “한 번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하면 대부분 반영구적으로 사용한다”며 “야간운전을 많이 하는 등 야간시력이 중요한 분들은 야간 빛번짐, 달무리 현상 등의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본인에게 잘 맞는 렌즈를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경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