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한국 법무부가 주최한 선천적 복수국적 개정 법률안에 대한 온라인 공청회가 26일(한국시간) 열렸지만 미국 등 해외 한인 2세들의 현실적 고충을 전혀 모르는 한국의 관계자들만 모여 토론이 아닌 ‘발표’만 하는 형식의 ‘맹탕’ 공청회로 진행됐다.
공청회는 ‘예외적으로 허가를 해주니 됐다’는 식이고 심지어 법무부의 국적과장은 “18세 3개월까지 이탈신고를 한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형평성 차원에서 더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는 어이없는 주장을 펼쳤다.
이는 한국 국적법 내용을 알기 어려워서 혹은 몰라서 신고를 못한 사람을 구제하라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취지인데 오히려 이들을 차별하겠다는 황당한 의도로 읽혀 과연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또 병무청 자원관리과장은 “병역의무는 한국 국민으로서 혜택과 기본권 보장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애당초 국민으로서 혜택을 받지 않는 해외 거주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은 이와는 무관하다”면서도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에게 병역의무 기피니 병역의무 면탈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거론, 자기모순에 봉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천적 복수국적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애써 온 전종준 변호사(워싱턴 로펌 대표)는 “이번 공청회에서 법무부가 내놓은 ‘예외적 국적이탈 허가제’의 제일 심각한 부분은 해외거주와 출생신고를 못한 요건과 더불어 ‘직업선택의 자유에서 중대한 불이익이 예상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용하겠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승진, 취업, 사관학교 진학 등에서 불이익이 생겨서 예외적 이탈 허가를 신청하더라도 절차를 다 거치고 나면 이미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여 당사자의 권리 침해 구제는 거의 불가능한데 아무도 그 문제를 지적 하거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법무부는 이번 공청회를 토대로 국회에서 법안 개정으로 끌고 갈 전망인데, 국회에서 법무부 방안 그대로 통과되지 않도록 국회 공청회가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변호사는 “국적과장과 병무청 과장 모두 땜질식 해결책 외에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보여줬다”고 지적하고 “발언권이 약한 다수의 재외동포를 희생양 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공청회였다. 아무도 근본적 문제점을 설명하지 않고 선천적 복수국적이 문제라고만 하는 맹탕 공청회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는 현행법이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국적이탈 시 출생신고를 전제하고 한국국적을 강제함으로 인한 인권침해, 즉 국적 자기결정권 침해 및 직업 선택 자유 침해에 해당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