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총영사관에서 국가정보원 소속 고위 공무원이 영사관의 계약직 직원을 강제 추행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까지 했는데도 외교부는 사태를 파악조차 하지 못했으며, 해당 공무원은 한국으로 복귀 조치만 됐을 뿐 현재까지 징계조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6일 LA 총영사관 측에 따르면 지난 6월 LA 총영사관 고충상담원에게 한 계약직 직원이 자신의 상사로부터 강제 추행을 당했다는 신고를 하며 그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기현 국민의 힘 의원은 6일 강제 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인물이 LA 총영사관에서 부총영사급 직책을 맡아 근무했던 3급의 고위 공무원이며 지난 6월23일 사건이 발생한 뒤 7월 말께 한국으로 복귀 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LA 총영사관 측은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이라며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으나, 총영사관 주변에 따르면 7월 중 한국으로 돌아간 총영사관 소속 공무원은 LA 총영사관에서 국정원 몫의 부총영사직을 맡아 왔던 정모씨밖에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의원에 따르면 국정원 소속의 이 고위직 공직자는 지난 6월23일 직원들과의 회식 자리를 마친 후 영사관에 돌아와 피해자를 상대로 강제 입맞춤과 사타구니를 더듬는 등 성추행을 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피해자는 가해자를 경찰에 고소했고, 한국 외교부는 7월 중순께 경찰로부터 수사를 개시한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야 사건을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 가해자 대해 강제추행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을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사건이 발생한 뒤 한 달여 동안 가해자 자체를 인지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경찰의 수사 개시 통보를 받은 이후에도 미온적 조사를 통해 징계 절차도 밟지 않는 등 외교부 지침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해자에 대해 외교부가 취한 조치는 경찰로부터 수사 개시 통보를 받고 10여 일이 지난 후인 7월 말에 그를 국내로 복귀 조치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원 소속인 국정원으로 돌아간 가해자는 현재까지 직무배제 외 별다른 징계 없이 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측은 김 의원 측에 “국정원 직원이라 핸들링이 쉽지 않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의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은 행위자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법령에 의한 징계 등 제재 절차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진행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또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성범죄나 금품 비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위 행위로 검찰이나 경찰, 감사원 등에서 조사나 수사가 진행될 경우 해당 기관장은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은 “뉴질랜드 외교관 성추행 사건에 이어 외교부와 관련된 성비위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며 “4개월째 가해자의 징계가 이뤄지지 않았는데,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정원장 눈치를 살필 게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