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에 따라 한인 여행업계의 시름도 커가고 있다. 사진은 항공 여행 수요 급감으로 여행객이 거의 없는 LA 국제공항의 모습. [로이터]
“식당은 그나마 벌고 있지만 여행사는 벌이도 없이 돈 내주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LA 한인 여행사들이 극심한 보릿고개에 직면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항공 및 여행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 3월 이후 거의 5개월 동안 한인 여행사들의 영업 활동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매출 제로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데다 9월 이후 고국방문 여행 상품 판매에 사활을 걸었던 회생 기회마저 물 건너 가면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18일 LA 한인 여행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인 여행업체들은 상반기를 거의 영업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한 채 전례 없는 최악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말부터 한국의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급증하면서 한국 여행객의 LA 방문(인바운드)이 끊기는 것을 시작으로 3월 이후부터는 미국 내 확진자의 급증으로 한국행 여행객(아웃바운드)마저 급감했다.
여기에 지난 3월 자택대피령이 내려지면서 여행업은 비필수업종으로 분류돼 한인 여행업체들은 문까지 닫았다.
한 여행업체 대표는 “7월까지도 여행 취소에 따른 환불 작업을 했다”며 “해외는 물론 국내 여행 수요가 끊기면서 매출이 전혀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LA 여행업계 특성상 한국에서 LA 관광에 나서는 인바운드 고객의 발길이 끊어진 것은 치명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더욱이 오는 9월부터 11월까지 한국의 가을 단풍 시기에 맞춰 개발했던 모국 방문 여행 상품마저 제대로 영업 한번 해보지 못한 채 접어야 하는 상황이다.
8월에는 어느 정도 한국 방문 예약을 받아 준비해야 하지만 미국의 코로나19 상황이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한국 상황도 최근 들어 재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한인 수요 자체도 전혀 없다는 게 한인 여행업체들의 공통된 말이다.
사실 모국 방문 여행 상품을 준비하면서 회생의 기대를 걸었던 한인 여행업계로서 회생의 발판이 없어진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인 여행업계에 균열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미 하나투어 LA지사는 한국 본사의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폐업이 결정됐다.
LA 한인타운에 서부지사를 운영했던 푸른투어는 오렌지카운티로 이전했다. 매출 급감에 따른 비용 절감 차원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인 여행업체들이 사실상 문을 닫고 거의 5개월째 영업 활동을 하지 못하다 보니 가이드로 일했던 여행업체 직원들 역시 장기간 실업 상태가 지속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우려로 한인 여행업체들의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이드를 포함한 직원들의 실업 상태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한인 여행업체 대표는 “어떤 플랜이나 전략을 세워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라 손을 놓고 있다”며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