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 전 충돌 사고로 기체가 손상된 것도 모르고 일본까지 운항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뒤늦게 드러나는 등 최근 항공사의 안전불감증을 보여주는 항공기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항공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31일(한국시간) 한국 감사원이 공개한 ‘인천국제공항공사 기관운영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2018년 4월 인천발 오사카행 대한항공 여객기는 이륙 전 이동식 탑승교와 충돌해 항공기의 엔진 흡입구 커버가 손상됐지만, 목적지인 일본까지 그대로 운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항공은 일본에 도착해서야 항공기 일부가 손상된 것을 발견했으며 인천공항에 요청해 충돌 사고 사실을 인지했다.또, 대한항공측은 국토교통부에 해당 사고가 일본 도착 이후에 발생했다며 사실과 다르게 보고했고, 인천국제공항 공사는 이 사고에 대해 국토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항공사와 공항당국 모두 안전불감증에 더해 거짓, 늑장 보고를 한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인천공항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유도로에 무단진입한 항공안전장애 사건에 대해서도 인천국제공항측은 보고하지 않고 은폐하는 등 총 9건의 항공안전장애 사례가 묵살된 사실도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 인천공항에서 항공기의 유도로 무단진입한 것을 비롯해 의무보고 대상인 항공안전장애가 9건 발생했는데도 인국공과 해당 항공사들은 이를 국토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근 항공사들의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한국 국적 항공사들은 여전히 항공 문제에 소홀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11월에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던 아시아나항공 OZ751편 여객기가 비행도중 엔진 2개 중 1개가 꺼져 회항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있었다.
당시 승객 310명을 태운 이 항공기는 이륙 후 3시간50분가량 지난 시점에 두 개의 엔진 중 오른쪽 날개에 장착된 엔진이 꺼져 가장 가까운 마닐라 공항에 긴급 착륙한 것이다.
또 지난해 10월에는 최신 기종 A380기가 엔진 결함으로 출발을 미루고 시운전을 하던 아시아나 항공기 엔진에서 불이 나 소방당국이 출동해 진화한 사고도 있었다.
또 같은 달 제주항공 김포행 항공기가 소프트웨어 고장으로 회항했고 같은 날 대한항공 항공기는 연료밸브 고장으로 운항이 지연된 데 이어 티웨이항공 항공기가 타이어 손상으로 이륙을 중단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 아시아나항공기는 지난해 10월 광주공항에서 타이어 파손 사고가 발생했고, 대한항공은 이륙 직후에야 엔진 이상을 발견해 항공기가 회항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승객 184명을 태우고 김해공항을 출발해 김포공항으로 가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기체 이상으로 회항하는 사건이 발생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등 항공사들의 비정상적인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랐다.
또, 지난 2018년에는 LA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이륙 후에야 타이어 문제를 발견해 3시간만에 회항하는 사건도 있었다. 당시 이 항공기에는 300여명의 승객들이 타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각종 안전사고 및 기체결함 의혹 사건이 잇따르자 긴급 안전점검 회의를 수 차례를 개최해 안전체계 점검에 나섰지만 안전불감증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한국 국적 항공사의 크고 작은 사고를 막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 안전개선을 위한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한편, 감사원은 보고를 누락하거나 늑장보고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하고 국토부 장관에 보고가 누락된 9건을 조사한 후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를 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