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스포츠 용품을 LA에 수입해 판매하고 있는 한인 업주 H모씨는 요즘 만큼 사업하기 쉽지 않은 시절이 없다고 했다. 스포츠 용품의 수입은 시기가 중요한데 코로나19 사태로 한국 정부가 미국 입국자에 대한 14일간의 의무 자가격리 제도를 실시하고 있어 한국 방문이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H씨는 “스포츠 용품의 속성상 계절적 요인이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데 실제 물건을 확인해 보지 않은 상태에서 수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화상 회의도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남가주 주요 한인 경제단체들이 연대해 한국 정부에 미국 입국자에 대한 14일 의무 격리제도를 완화해 달라는 청원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의무 격리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과 시간의 낭비도 문제지만 적기에 판매 물품을 확보하지 못해 사업에 차질을 빚는 등 LA 한인 상공인들이 한국 내 업체들과 교역에 애를 먹고 있는 현실이 반영된 청원이어서 향후 청원의 추진 과정과 한국 정부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과 교역이 활발한 LA 한인상공회의소(회장 강일한), LA 한인무역협회(옥타 LA·회장 최영석), 한인의류협회(회장 리처드 조), 한인섬유협회(회장 베니 김) 등 한인 경제단체장들은 20일 상의 사무처 세미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A 한인 상공인들이 업무차 한국 입국시 14일 의무 자가격리를 완화해 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하는 청원서를 보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옥타 LA 최영석 회장은 “14일 의무 자가격리 제도로 LA의 많은 한인 상공인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같은 경제인으로서 사태를 수수 방관할 수 없었다”며 “자가격리를 완화해서 한인 상공인들이 한국 방문이 용이해져 LA 한인 경제 발전은 물론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한국 정부에 청원하기로 4단체장들이 합의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미국 입국자에 대해 예외적으로 14일 의무격리 면제 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이 명시된 계약서를 요구하거나 비즈니스 방문 목적 증빙이 사실상 어려운 현실인데다가 한국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자세로 한인 상공인들에게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여겨지고 있다.
이들 4개 단체장들에 제시한 의무 자가격리 완화의 골자는 LA를 비롯한 미국서 출발하는 한인 상공인은 출발 12일 전 공인기관의 코로나19 음성판정을 획득하고 한국 출발시까지 자가격리한 뒤 한국에 입국해 1~2일 지정 자가격리 시설에서 머물고 코로나19 음성 판정이 나면 곧바로 격리 해제해 일상 업무를 볼 수 있게 배려해 달라는 것이다.
4개 단체들은 청원서의 최종 문구 조정을 거쳐, 이를 가지고 LA 총영사와의 면담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 정부 기관에 청원하기 전 사전 정지 작업을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의무 자가격리 완화 청원서는 한국의 국무총리실,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주요 관련 기관과 국회 주요 의원들에게도 전달할 것이라는 게 4개 단체장들의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한인 경제단체들의 청원이 한국 정부에 전달되기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공인검사 기관 선정과 관리는 물론 세부 검사 방법과 조건에 대한 합의 과정 등 해결하고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또한 의무 자가격리 완화 청원이 받아들여졌을 때 한국 사회에 미칠 파장도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가뜩이나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국민 정서에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상공인에 대한 의무 자가격리 완화가 일반인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인의류협회 리처드 조 회장은 “한국 내 비즈니스를 하는 한국 상공인들이 이번 의무 자가격리 완화 청원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