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폭염·산불·홍수까지 다양하고 격렬해진 재해
‘가뭄, 폭염, 산불, 산사태, 폭우, 홍수…’
이번주 지구촌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인류가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산업화 이전 대비 기온 1.5도 상승’이 5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경고를 입증하듯 기상 재해는 더 다양해지고 격렬해졌다.
■이례적인 5월 폭염
이례적인 ‘5월 폭염’에 시달리는 건 한국만이 아니다. 캐나다 서부에서는 때 이른 고온에 건조한 날씨까지 겹치며 연례행사인 산불이 덩치를 키웠다. 지난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앨버타주에서만 91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27건은 ‘통제 불능’ 상태에 있다.
캐나다 서부는 이미 수년째 이상 기후에 시달리고 있다. 2021년 500명 이상이 사망한 폭염과 산불, 홍수, 산사태 등이 이 지역을 번갈아 덮쳤지만, 문제는 갈수록 심화된다는 것이다. 마이클 플래니건 앨버타대 명예 교수는 “2016년 대형 산불 당시 누군가는 ‘일회성’ 현상이라 했지만, 그럴 리 없었다”고 현지 언론 토론토스타에 전했다. 그는 “캐나다의 산불은 계속 커지며 전체 지역을 삼킬 수 있다. 이것이 우리의 ‘새로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석유·가스 생산국인 캐나다에서 일어난 화재는 국제 유가를 끌어올렸다. 산불 지역에 있는 셰브런과 파라마운트 리소스 등 에너지 기업이 하루 최소 24만 배럴의 석유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다.
지난달 섭씨 45도 이상의 비정상적인 고온이 관측된 남아시아 지역의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최소 2도 올랐다고 다국적 기후 연구단체 세계기후특성(WWA)이 밝혔다. 이는 세계 전체 평균 상승폭(1.1~1.2도)보다 높다. WWA는 “극단적 더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기후변화로 인해 최소 30배 이상 커졌다”고 했다.
남미의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루과이는 저수지 고갈 우려 때문에 염분 농도가 높은 지역의 물을 섞어 공급하느라 도심의 수돗물이 ‘음식에 간을 맞추지 않아도 될 만큼 짠 상태’라고 현지 언론 엘파이스가 보도했다. 아르헨티나는 국토 절반 이상이 가뭄 영향권에 들었다.
■가뭄 이어 수해 속수무책
“결코 잊지 못할 밤을 보냈습니다. 그간 우리 도시에서 이런 홍수는 본 적도 없었습니다.”
긴 가뭄 끝에 이번 주부터 갑자기 폭우가 내린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주의 도시 피엔차의 시장은 이렇게 한탄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전했다. 이 지역을 비롯한 이탈리아 북부에서는 홍수로 가장 긴 강인 포강의 제방이 무너졌고, 수만 명이 대피했다. 최소 9명의 사망자도 나왔다. 이번 주말 에밀리아-로마냐에서 열릴 예정이던 포뮬러원(F1) 그랑프리 경기는 취소됐다.
이탈리아는 가장 큰 호수인 가르다호의 수위가 70년 만의 최저를 기록했을 정도로 계속되는 최악의 가뭄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5, 6월에는 가뭄이 해소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지만, 자연은 인간의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았다. 가디언은 “이탈리아 북부는 가뭄으로 땅이 마른 상태라 물을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있었다”고 피해가 컸던 이유를 짚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앙이 더 큰 재앙을 불러온 셈이다.
재해는 대륙을 가리지 않았다.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가뭄으로 수백만 명이 기근 상태에 몰린 소말리아에선 최근 홍수로 25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또 아프리카 중부의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는 지난 8일 폭우와 홍수, 산사태로 400명 넘게 숨졌고, 2,50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