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튀르키예 안타키아서 건물 철거 작업 시작돼"
생존자 '2차 재난' 촉각…유엔 "지금은 생존자 구호의 시간"
유엔·시리아, 반군 지역 '구호 통로' 2곳 추가 합의
튀르키예(터키)·시리아 지진 발생 9일째에도 기적 같은 구조 소식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매몰된 사람들을 구해내리라는 희망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 생존자들의 구호로 초점이 옮겨가는 가운데 튀르키예 일부 지역에선 건물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
CNN 튀르크는 14일(현지시간) 18세 소년 무함메드 카페르가 지진이 발생한 지 198시간 만에 튀르키예 남부 아디야만주의 건물 잔해에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 카흐라만마라슈에선 두 형제가 역시 198시간 만에 무너진 건물 밖으로 나왔다.
현지 언론매체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구조대원들이 두 형제를 들것에 실어 나르는 모습이 담겼다. 구조대원들은 감격에 겨워 서로 포옹하고 환호했다.
이처럼 생환 소식이 간간이 이어지고 있지만, 매몰자의 생존 가능성은 점차 희박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에두아르도 레이노소 앙굴로 멕시코국립자치대 공학연구소 교수는 "잔해에 갇힌 사람의 생존 가능성은 5일이 지나면 매우 낮아지고, 예외는 있지만 9일 이후엔 0%에 가깝다"고 말했다.
푸아트 옥타이 튀르키예 부통령은 전날 밤 하타이, 카흐라만마라슈, 아디야만에서 매몰자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AP 통신은 이를 토대로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튀르키예 10개 주 가운데 7개 주에선 구조 작업이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 중 하나인 안타키아에선 건물 철거 작업이 시작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소개했다.
시리아 서북부 반군 장악 지역에서 활동하는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은 지진 피해 지역에서의 생존자 구조 활동을 조만간 종료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규모 7.8과 7.5의 강진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쳤다. 현재까지 두 국가에서 사망자는 3만7천명을 넘겼다.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전날 튀르키예에서 사망자가 3만1천64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튀르키예는 지진 발생 후 첫 1주일 동안 수시로 사망자 수치를 업데이트했으나 이번 주부터 사망자 수치 발표 횟수를 하루 1∼2회로 줄였다.
튀르키예와 국경을 맞댄 시리아에서는 5천714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 손실 규모는 튀르키예에서만 840억 달러(107조원)를 넘는다고 튀르키예 경제단체는 추산했다. 이는 튀르키예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액수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각각 460만명, 250만명 총 700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이번 강진으로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진으로 집을 잃고 임시 대피소에서 지내는 사람은 튀르키예에서만 1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열악한 대피 시설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다. 물, 식량, 의약품마저 부족해 '2차 재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엔은 "지금은 매몰자 구조보다 생존자 구호의 시간"이라고 밝혔다.
튀르키예의 민심이 극도로 악화하면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5월 14일로 예고된 대선을 연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진 피해가 집중된 시리아 서북부는 정부군과 반군 간의 알력으로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유엔과 시리아 정부는 시리아 서북부 반군 점령 지역으로 구호품을 전달할 통로 두 곳을 추가로 열기로 뒤늦게 합의했다.
그동안 시리아 서북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구호 물품은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잇는 '바브 알하와' 육로를 통해서만 전달됐다.
그러나 반군 지역 민간 구조대 '하얀헬멧'은 "유엔의 조치는 충격적"이라면서 "이는 알아사드 정권에 공짜로 정치적 이득을 준 것"이라고 곧바로 반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