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아 방치된 건물 피해 키워
의료시설 붕괴 재난 대응 무대책
“몸 녹이려 쓰레기·낡은 옷 태워”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규모 7.8의 강진이 덮친 시리아와 튀르키예는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태였다. 시리아 주민들은 13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신음하고, 튀르키예 경제는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던 중이었다. 가뜩이나 피폐해진 삶이 계속되는 가운데, 초대형 지진으로 수천 명의 희생자까지 발생한 것이다. 지진 피해 복구는 언제쯤 가능할지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두 나라 모두 ‘엎친 데 덮친 격’의 상황이 됐다.
7일(현지시간) 주요 외신들은 전날 튀르키예 남동부와 시리아 북서부를 강타한 지진으로 더욱더 가혹한 상황에 처한 시리아 난민들의 처지를 집중 조명했다. 두 나라의 국경 지대인 이 지역에는 400만 명 안팎의 시리아 난민이 상주하고 있다. 전쟁을 피해 시리아 정부 통제 범위 바깥인 곳으로 떠났는데, 이번엔 인간의 힘이 미칠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재앙을 만난 셈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반군 거점 지역인 이들리브주(州)와 알레포, 하마 등 시리아 북서부 지역에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 지역은 내전 중 공습으로 파괴됐거나 낙후된 사회기반 시설이 많다. AFP통신은 “정부의 눈길이 닿지 않다 보니, 부실시공으로 지어진 건물도 많다”며 “이번 지진으로 붕괴하거나 균열이 생긴 건물도 수만 채”라고 보도했다. 피해 규모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친 사람이 갈 곳도 없다. 국제구호위원회(IRC)에 따르면, 내전 장기화로 현재 운영 중인 시리아 의료시설은 전체의 45% 정도뿐이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최소 4곳의 대형 병원까지 파괴된 것으로 알려졌다. IRC는 이날 성명에서 “이미 쇠퇴한 시리아의 의료 시스템은 이 정도 규모의 재난에 대처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호 활동마저 쉽지 않다. 이전부터 난민들을 괴롭혀 온 전력난 때문이다. 내전 기간 중 경제 규모가 절반으로 쪼그라든 시리아는 줄곧 연료 부족에 시달렸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몸을 녹이려고 쓰레기와 낡은 옷을 태우는 일은 비일비재”라며 “지난해 어떤 지역은 하루 1시간만 전기가 들어왔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진으로 전력 공급도 아예 끊겨 버려 생존자 구조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원봉사단체인 시리아민방위대(일명 ‘화이트 헬멧’)는 이날 “백업 연료도 다 떨어진 상태”라며 “구조 전용 중장비와 연료 지원이 절실하다”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살아남는다 해도 첩첩산중이다. 물ㆍ식량 부족과 전염병을 견뎌야 하는 탓이다. 연료난에 펌프 가동이 멈추자 깨끗한 물 공급도 끊겼다. 시리아에선 몇 년 동안 코로나19 못지않게 콜레라가 기승이다. 전체 가구의 25%는 하루 한 끼만 먹는다. 이번 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은 수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식량부족 문제는 갈수록 악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