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 첫 올림픽이라는 딱지가 붙은 2020 도쿄하계올림픽이 혼돈 속에 23일 오후 8시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17일간 열전의 문을 열었다.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역병 탓에 이 대회는 2020년에 열기로 한 일정을 1년 뒤로 미뤄 이날 개막했다.
그러나 개막 당일까지도 일본 국민에게 사랑을 받지 못한 대회로 남게 됐다.
개회식이 열린 올림픽 스타디움에는 이번 대회 무관중 정책에 따라 각 나라 정상급 인사와 내외빈, 취재진 등 950명만 입장했다.
6만8천명을 수용하는 올림픽 스타디움 객석은 텅 비었지만, 경기장 바깥은 올림픽을 반대한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로나19 재확산 중에 열리는 이 대회에 일본 국민은 반감을 결정적인 순간 표출했다.
올림픽 개최는 물론 도쿄올림픽을 강행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을 반대하는 시위대가 개회식 전부터 규탄의 목소리를 크게 높였다.
올림픽 기간은 유엔의 전 세계 휴전 결의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림픽 스타디움을 사이에 두고 개막일에도 일본의 대회 찬반 여론은 거세게 부딪쳤다.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처럼 이번 대회의 운명을 짐작하기 어렵게 한 혼돈의 시작이었다.
개회식은 코로나19로 웃고 떠들 수 없는 분위기라는 사실을 반영하듯 차분하게 진행됐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의 화려함과 웅장함, 일본의 미학과 역사, 전통 홍보를 잘 버무리기가 쉽지 않았다.
일본은 2013년 IOC 총회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1964년에 이어 57년 만에 도쿄에서 다시 열리는 올림픽이다.
이후 2019년까지 잘 달려오던 인류와 도쿄는 2020년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습격에 주저앉았다.
일상은 멈추고 선수들의 훈련도 중단됐다. 선수들은 집에서 훈련하는 홈 트레이닝으로 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개회식 공연팀은 코로나19로 달라진 일상을 담담하게 영상에 담았다.
이어 코로나19로 신음하는 가운데서도 운동선수들을 응원하는 인류의 모습과 이에 힘을 얻은 각국 대표선수들이 코로나19의 벽을 깨는 대회로 이번 올림픽을 준비하는 영상이 카운트다운과 함께 끝나자 형형색색의 폭죽이 올림픽 스타디움 지붕에서 일제히 터져 도쿄의 밤하늘을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과 바흐 IOC 위원장 소개에 이어 개회식의 꽃인 선수단 입장이 이어졌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205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소속팀과 난민대표팀 등 206개 참가국의 선수단이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자원봉사자들의 환영 아래 경기장 중앙에 마련된 무대를 일렬로 관통하며 행진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일본어 국가 표기 순서에 따라 대한민국(大韓民國)의 이름으로 103번째로 입장했다.
남녀 공동기수 황선우(수영)와 김연경(배구)을 필두로 장인화 선수단장 등 30명의 한국 선수단은 태극기가 새겨진 마스크를 쓰고 양손에 작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한 표정으로 경기장에 들어왔다.
러시아의 도핑 샘플 조작을 인정한 스포츠중재재판소(CAS)의 2020년 12월 판결로 2022년까지 2년간 국제 종합대회나 월드컵 축구대회에서 국기와 국가를 사용할 수 없는 러시아는 이번에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깃발을 들고 올림픽을 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