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
8년만에 합의안 도출
연간 영업이익률 10% 넘는 기업
매출 발생국에 이익의 20% 내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최소 15% 이상’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에 합의하면서 8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던 논의가 ‘큰 산’을 넘었다. 오는 11~13일(현지 시간)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최종 사인을 통해 최저한세율 논의가 일단락되면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글로벌 합의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라는 이례적 상황에서 주요국들이 세원 확보를 위한 교집합을 도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실제 도입까지는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아일랜드처럼 저세율 국가의 반발을 무마해야 하는 데다 이번 글로벌 최저 법인세 논의 이후 본격화하는 디지털세를 놓고도 유럽과 미국의 갈등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최저 법인세 도입이 일러야 올 10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런 난관을 헤쳐나간다는 전제에서 나오는 얘기다. 그만큼 앞으로 논의 여하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다국적 기업, 이익의 최소 20%를 매출 발생 국가에 납세
G7 재무장관들은 이번 합의 직후 한목소리로 ‘조세 정의 실현에 한 발 다가섰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간 조세회피처를 찾아 세금을 피해온 다국적 기업에 세금을 매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대로 최종 합의되면 아일랜드(법인세 12.5%)를 조세 관할지로 삼은 기업은 본국에 15%와 12.5%의 차액만큼인 2.5%의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다국적 ‘정보기술(IT) 자이언트’들이 공평하게 세금을 내도록 하는 역사적 합의”라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도 “(G7 합의는) 세계 각지의 조세회피처에 나쁜 소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합의를 보면 영업이익률 10%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삼았다. 구글·페이스북 등 글로벌 테크 등에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이익의 최소 20%를 매출 발생 국가에 납세하도록 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는 기업 소재지가 위치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어 실제 실행되면 100년에 걸친 국제 법인세제에 일대 변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외신들이 “역사적 합의”라는 평가를 내놓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국적 기업으로서는 합의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지만 세부적인 정의는 합의안에 담지 않았다.
■ 저세율 국가 반발 등 ‘첩첩산중’
G7 합의를 이뤄냈지만 7월 주요 20개국(G20) 논의와 이후 37개 회원사를 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논의 등으로 합의를 확대해나가야 한다. 세계적인 규모에서 합의 도출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당장 낮은 법인세율을 바탕으로 외국 기업을 유치해온 저세율 국가들은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것’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아일랜드는 구글과 애플 등 IT 대기업의 유럽 본부를 유치해 지난해 법인세로만 118억 유로(약 15조 9,500억 원) 규모의 세수를 확보했다. 그러나 글로벌 15% 최저 법인세율이 적용되면 법인세수가 20%가량 줄어든다는 것이 아일랜드의 입장이다. 국제사회가 최저 법인세 외에 ‘매출 발생 국가에 과세권을 줘야 한다’는 원칙까지 도입할 경우 아일랜드 세수는 연간 최대 10억 유로(약 1조 3,500억 원)씩 줄어든다.
■ 디지털세 이견 시 ‘원점 복귀’ 우려
디지털세 부과를 두고 미국과 유럽 간 입장 차도 팽팽하다.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재무장관들은 이번 G7 합의 직후 공동성명에서 “고정 사업장을 기반으로 한 과세 체계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G7 합의 도출 직전인 3일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영국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자체적으로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6개 나라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도 시행은 6개월 유예했다. 그만큼 미국이 G7에서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 협상 타결을 위해 일종의 ‘배려’를 했다는 뜻이지만 유럽이 계속 디지털세를 고수할 경우 이번 합의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
<조양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