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의 무기력한 모습에 자신감을 얻은 걸까. 미얀마 쿠데타 군부가 더 과감하게 자국민을 학살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재안 도출에 실패하자 이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시위대를 향해 실탄을 난사하고 있다. 쿠데타가 일어난 지 50일도 안돼 벌써 고귀한 목숨을 잃은 민주화 시위대가 100명을 넘어섰다.
14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양곤 등에서 최소 16명의 시민이 진압군의 실탄 사격에 사망했다. 전날까지 시위 과정에서 총격을 받아 적어도 92명이 숨진 점을 감안하면 희생자가 세 자리로 증가한 것이다. 대규모 희생자는 지난달 28일 ‘피의 일요일(최소 20명)’과 3일 ‘검은 수요일(40명)’에 집중됐지만, 이후에도 총격 사망자는 매일 꾸준히 나오고 있다.
군부의 최근 사흘간 행적을 유심히 살펴보면 앞으로가 훨씬 우려된다. 안보리의 유명무실한 성명 발표가 있었던 11일 하루에만 시민 9명이 총탄에 스러지더니, 12일 9~12명, 13일 13명 사망 등 유혈사태가 일상이 됐다. 조준 사격이 시위 진압 수단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밤까지 사격이 허용된 탓에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13일 새벽 양곤에서 문민정권 인사들의 야간 체포에 항의하던 시민 3명이 군의 실탄 사격으로 사망했고, 국민적 존경을 받는 승려들 역시 같은 날 만달레이 현장에서 총탄에 목숨을 잃었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현지 한인은 한국일보에 “군이 시내 병원과 대학을 점거한 8일 이후 촛불집회를 하는 평화적 시위대에 발포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실탄 연사 소리가 끊이지 않아 밤에 잠을 청할 수가 없다”고 증언했다.
현지에선 극악무도한 군부의 만행이 일찌감치 예견됐다고 입을 모은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추가 기소 소식에 가려졌지만, 11일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은 “(시위대를) 체포 등의 방식으로 적절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고강도 진압을 시사했다. 미얀마 외교 소식통은 “그 전까지 실탄 발포 부인과 평화적 대응만 강조하던 쿠데타 군부가 더 강력한 무력 사용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실질적인 압박이 없으면 희생자는 폭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계열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혁명까지 언급하며 별도 정부를 만들 가능성을 내비쳤다. CPRH가 임명한 만 윈 카잉 딴 부통령 대행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미얀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있지만 여명이 멀지 않았다”면서 “소수민족들과 과도 연방정부 수립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