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에 중국이 안절부절이다. “중국 방역의 우월성을 입증했다”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미국을 자극하는 자화자찬은 자제하고 있다. 오히려 자국으로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미국과 사생결단으로 맞서던 중국은 왜 쾌재를 부르기보다 입단속을 하는 것일까.
■“불확실성 커졌다”
중국이 가장 경계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가뜩이나 돌발행동이 잦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입은 정치적 타격을 만회하기 위해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추인 중국국제관계학원 교수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절망적인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며 “미중 관계를 악화시켜 표를 끌어 모으려는 그의 광기와 위험한 선택에 대한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행동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자가 아닌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서다. 미군은 지난 6개월간 3,000여대의 군용기와 60여척의 함정을 남중국해에 보내 긴장수위를 높여왔다. 최근에는 무인공격기 MQ-9 리퍼의 태평양지역 투입과 미 해병대의 중국령 암초 상륙을 상정한 훈련까지 실시하며 전투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에 맞서 중국 군용기는 연일 대만과의 중간선을 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도발은 삼가는 분위기다. 미 CNBC는 “중국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발을 우려해 신중한 입장”이라면서 “미국의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대만이나 홍콩을 좀 더 압박하려고 군사조치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전했다.
중국의 고민을 반영하는 소동도 있었다. 공산당 입장을 대변해온 후시진 환구시보 총편집인은 2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긴 도박의 대가를 치렀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글을 지웠다. 대신 다음날 관영 글로벌타임스 기고를 통해 “미중 양국의 방역 협력이 왜 필요한지 증명한 사례”라며 꼬리를 내렸다.
■“미 대선 누가 당선돼도 강경”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에 회복하더라도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둘러싼 미국 내 반감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으로 권력이 넘어가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는 “중국발 질병에 대통령이 감염된 만큼 정치적 후폭풍은 상당할 것”이라며 “대선의 승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온 대중 강경노선을 답습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미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대중 정책의 유연성을 배제한 채 돌진한다면 미국을 상대하는 중국은 운신의 폭이 좁아지기 마련이다.
실제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부정적 인식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올해 미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66%까지 치솟았다. 조사 시작 이듬해인 2006년 29%에 그친 것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달 미 하원 정보위원회와 공화당 중국 태스크포스(TF)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향후 다차원적 경쟁에서 중국에 뒤처질 수 있다”고 지적하며 위기감을 불어넣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감염은 정파를 넘어 중국에 대항해 미국인의 단결을 촉구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트럼프 개인의 일탈보다 중국이 더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다급해진 중국은 일단 미국의 비위를 맞추는데 주력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3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하루 빨리 쾌유하길 바란다”는 위로 전문을 보내자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5일 “정치적 갈등과 상관없이 질병은 비극”이라며 “양국 간 대립을 완충하는 긍정적 상호작용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가세했다. 리하이둥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시 주석의 메시지를 통해 고위급 인적 교류가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